요즘 미국 언론에 매우 자주 등장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재정 절벽(fiscal cliff)'입니다. '재정 절벽'이란 정부의 재정 지출이 갑자기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을 뜻하는 경제용어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지금 심각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의 돈 씀씀이는 줄이고 세금은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나랏빚은 줄어들 수 있지만 문제는 경제입니다. 미국 경제는 전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를 찍어내서 돌아가는 경제입니다. 엄청난 달러를 찍어내고 이 구매력을 바탕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정부가 돈줄을 죄고 세금으로 시중에 풀려나가야 할 돈을 거둬들이게 되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고 모건 스탠리 같은 투자은행도 보고서를 통해 "이미 재정 절벽은 모든 산업부문에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산업생산과 공장 주문, 고용등 모든 경제 분야가 그 대상"이라는 진단을 내린 바도 있습니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존 폴슨 같은 인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인사로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역시 "금융 위기는 통화 정책으로 대응이 가능한 것이지만 재정 위기는 그렇지 않다"라며 위기가 현실화되기 전에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으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도 "내년 1월부터 재정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이에 따른 부담 증가액은 미국 전체 GDP의 5%에 달할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도 '재정 절벽'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IMF는 오늘 발간한 '미 경제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재정 절벽이 무역 부문을 통해 전세계로 전파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이웃한 국가들에 대한 부정적 여파가 가장 클 것이라며 캐나다와 멕시코를 지목했습니다.
이런 사태가 온다면 우리 나라 역시 안전지대일 수 없습니다. 무역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미국이 돈줄을 죄게 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IMF보고서는 이 재정절벽 위기가 현실화된다면 미국 경제가 내년에 정체국면을 보이면서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지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고 8%가 넘는 실업률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나라빚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나는데 유럽 위기까지 겹치면서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일 '재정 절벽' 경고음이 들리면서 세계 최고, 최강을 자부하던 미국인들도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