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6일 치러지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 꼭 100일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과연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론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오늘자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두 후보의 지지율은 현재 47%로 똑 같다고 합니다. 1980년 이후 선거 100일 전에 이렇게 후보간 우열이 안개 속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최종적으로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지에 대한 전망도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경우를 제외하면 1980년 이후 치러진 8번의 대선에서 100일 전 가장 작은 지지율 격차는 지난 2004년이었습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의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48% 대 46%로 2% 포인트 차이로 이기고 있었던 것이 역대 최저 지지율 격차였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지율 격차가 가장 컸던 때는 1980년으로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에 무려 18% 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100일 전 지지율 순위가 연말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진 경우는 1980년 이후 8번 가운데 7번입니다.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경우는 1998년 대선 단 한 번에 불과했습니다. 또 대선 100일 전 지지율이 50% 미만인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경우는 1980년 이후 단 한 번도 없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만이 지지율 50%로 간신히 재선에 성공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역사가 되풀이된다면 현재 지지율 47%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오바마는 지금 불안합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경제입니다. 올 초 잠시 살아나는듯 하던 미국 경제는 유럽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언제 상승곡선을 타게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 사정도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길 가는 미국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경제 문제를 언급합니다. 오바마의 경제 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미국인들은 6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연말에 백악관의 주인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공화당의 롬니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정도면 백악관으로 이삿짐 옮길 준비만 하면 될 텐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롬니에게도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롬니를 지지하는 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롬니를 지지하는 이유가 롬니가 좋아서가 아니라 오바마가 싫어서라고 말합니다. 대선을 100일 앞두고 취재차 만난 미국 시민 여러 명이 롬니를 지지하면서도 그의 장점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바마의 단점을 얘기했습니다. 즉 상황이 조금 달라지면 롬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롬니 진영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 간 롬니가 영국인들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만 롬니가 늘 이런 식입니다. 상황이 오바마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롬니 후보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상승 커브를 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대선 D-100, 하지만 아직 미국인들은 다음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정적으로는 오바마가 롬니보다 덜 미운 것은 사실이지만 오바마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무엇보다 지난 4년 동안 경제 문제에서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오바마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프리미엄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바마가 흑인 대통령으로서 수성에 성공할지, 역사상 첫 몰몬교도 대통령이 탄생할지 지금 미국인들의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