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교전이 치열할 때 마스크를 착용한 무장 청년들이 빨리 떠나라고 강요했다. 시내 거리에선 시체들이 즐비했다."
레바논 동쪽 끝 시리아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베카 지역의 엘 마리지 마을에서 만난 시리아 난민 마흐이헤 딘(33)은 지난 19일 다마스쿠스를 떠날 때 상황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자녀와 부인 6명을 데리고 워낙 긴박하게 다마스쿠스를 탈출한 탓에 아무런 짐도 가져나 오지 못했다.
다마스쿠스 남부 지역에 살았다는 그는 당시 어디서 발사가 시작한 지도 모르는 포격 소리에 한시라도 빨리 탈출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무장 청년들이 집 안으로 들이닥치더니 "무조건 빨리 집을 떠나라"고 말해 가족과 함께 빈손으로 집을 나섰다.
시리아-레바논 국경 방향쪽으로 시내 거리를 지나면서는 시체 더미를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숨진 사람 가운데 여성, 어린이, 군복 입은 남성도 보였다"며 "친척과 이웃도 그 때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누구의 공격을 받고 숨졌는지,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자신의 나이를 31살이라고 밝힌 한 시리아 여성 난민도 비슷한 목격담을 전했다.
그는 나중에 시리아로 돌아가길 원하는 데다 현재 다마스쿠스에 남아 있는 친척의 신변 문제로 이름 공개를 극도로 꺼렸다.
태어난 지 50일 된 아기를 안고 있던 그는 "다마스쿠스에 있을 때 끊이지 않는 포격 소리가 너무 무서웠다.
누가 발사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시내에서 누가 적이고 누가 우리 편인지도 구분이 안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은색 마스크를 쓴 건장한 청년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는데 그들이 정부군인지 반군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시리아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만 언제 시리아 사태가 끝날지 모르겠다. 과연 그런 날이 올지도 확신이 안 선다"고 울먹였다.
(베카<레바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