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과 26일 각각 광주와 부산에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 8명의 합동연설회가 열렸습니다. 특히 25일 광주 합동연설회는 이번 대선 주자들이 대중 앞에서 처음으로 하는 연설이었습니다. 그동안 진행된 TV토론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TV토론은 다른 후보와 번갈아 문답을 주고 받기 때문에 시간 제약도 있고, 상대 후보의 즉각적인 반론이나 대응이 가능합니다. 반면 연설은 한 후보당 10분간의 시간이 주어지고, 이 시간 동안 다른 주자들은 그저 듣기만 해야 합니다. 그만큼 연설에 나선 후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손학규 "3패 세력으로는 승리할 수 없어"
25일 오후 5시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는 3000여명이 운집했습니다. 폭염을 무색하게 했습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손학규 후보였습니다. 손 후보는 작심한 듯 '3패 세력 필패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민생 실패', '대선 패배', '지난 4월 총선 패배'까지, 민주세력 '3패'를 불러온 무능과 무반성의 '3패 세력'으로는 결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여기서 민생 실패와 대선 패배 세력은 참여정부를, 지난 4월 총선 패배 세력은 친노 진영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것입니다.
손학규 후보는 또 "정권을 빼앗긴 책임이 있는 세력들이 제대로 된 반성도, 성찰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참여정부를 아직도 성공한 정부라고 말한다", "대북송금 특검을 아직도 잘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반성과 성찰 없이 '돌아온 참여정부'로는 다시 정권을 달라고 할 수 없다", "반성과 성찰없이 국민의 한숨을 위로하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고 문재인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올 12월 대선까지 내리 '4패'를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 김두관 "문재인으로 지겠습니까?"
김두관 후보도 본격적으로 문재인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문재인 후보 바로 다음 연사로 나선 김두관 후보는 "참여정부 초기 대북송금 특검은 잘못됐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참여정부 시절 민주당의 분당과 인사차별이 호남 지지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누가 기득권과 특권을 지키려고 노무현 정신을 팔고, 당을 망치고 있느냐"며 친노 진영을 겨냥하더니 "문재인으로 지겠습니까? 김두관으로 이기겠습니까?"라고 연설을 맺었습니다. 예상을 넘는 수위였습니다.
김두관 후보의 문재인 후보 비판은 둘째날인 부산 연설회에서 강도를 더했습니다. 연설 첫 주자로 나선 김 후보는 "문재인 후보로는 이길 수 없다"며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째는 "지난 총선 때 낙동강 전투에서 지고도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패인을 모르는 패장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정부에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고 530만표 차이로 대선에 패했는데도 총체적 성공이라고 하는 후보로는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였습니다. 나아가 "친노 패밀리들은 개혁이 아닌 담합을 선택했다", "당 대표가 당 후보를 키울 생각은 안 하고 당 밖의 남자, 안철수만 바라보고 있다"며 이해찬 대표까지 비판의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 문재인 "무례한 플레이에 부상당할 지경"
문재인 후보는 첫날 광주 연설 때만 해도 대응을 자제했습니다. "경선이 끝난 후에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상처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비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게 전부였습니다. 오히려 "이번 경선에서 해야 할 일은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더 키워주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을 뛰어넘을 민주당의 후보로 저를 우뚝 세워달라"고 '대세론'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부산 연설에서는 문재인 후보도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더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캠프 내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 후보는 "당 밖의 주자들은 월드컵에 먼저 가 있는데, 우리 당 대표 주자는 국내 선발전에서 무례한 플레이, 거친 태클에 부상당할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당 밖의 주자'는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교수를, '우리 당 대표 주자'는 문재인 후보 자신을 의미합니다. 무례한 플레이, 거친 태클의 주체는 손학규, 김두관 후보를 지칭한 듯 합니다. 문 후보는 이어 "당 밖의 경쟁자들은 치고 나가는데, 당 안에서 우리끼리 끌어내리고, 발목 잡고 있다"며 "저는 민주정부 10년의 긍지를 깎아내리지 않겠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명예를 깎아내리지 않겠다"고 손학규, 김두관 후보를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 "흥행 요인" vs "적전 분열"
이렇게 후보들간 공방이 가열되는 데 대한 민주통합당내 의견은 엇갈립니다. 먼저 아무리 당내 경선이지만 어느 정도의 네거티브는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2, 3등 주자가 반전을 위해선 '1등 주자 흠집내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안철수 교수의 재부상으로 민주통합당 경선이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후보들간 난타전이 오히려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모아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반면, 적전 분열 양상으로 당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당내 비판 논리가 나중에 당 밖의 후보들이 당 후보를 공격하는 논리가 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나아가 지나친 난타전은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와 당 밖에 있는 안철수 교수에게 지지층이 옮겨갈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적당히 흥행 요인으로 작용하면서도 적전 분열로 비치는 않는 수위의 네거티브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시기 이런 수위의 난타전이 적합했는지는 결국 최종 결과가 설명해 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