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 미국 영화업계가 중국 내 개봉 일정조차 중국 당국 멋대로 정해지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19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할리우드의 대형 제작사 워너브러더스 수뇌부는 올해 최고의 야심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 중국 개봉 날짜가 오는 8월30일로 정해지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워너브러더스가 그동안 중국의 관영 영화 배급사 차이나 필름을 상대로 벌인 로비가 결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개봉 날짜가 경쟁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로비를 펼쳤다.
하지만 차이나 필름은 야속하게도 '다크 나트 라이즈'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같은 8월30일에 개봉하도록 일정을 짰다.
중국에서는 외국 영화라도 개봉 날짜를 영화사가 아니라 관영 차이나 필름이 정한다.
이에 앞서 차이나 필름은 '아이스 에이지4'와 '로랙스'를 7월27일에 동시에 개봉하도록 했다.
배트맨 시리즈 완결편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원작이 만화인데다 초능력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같은 장르의 영화이고 '아이스 에이지4'와 '로랙스'도 가족 오락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할리우드에서는 같은 장르의 초대형 흥행 대작을 같은 날 개봉하는 것을 피하는 게 관례지만 영화사의 입김이 먹히지 않는 중국에서는 이런 '대형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중국 수출을 주선하는 인디펜던트 필름&텔레비전의 진 프루윗 대표는 "이런 흥행 대작을 같은 날 개봉한 사례는 전에 없었다"면서 놀라워했다.
미국 영화업계는 중국 당국이 할리우드 대작끼리 흥행 싸움을 벌이도록 판을 짠 것은 중국 토종 영화 흥행을 도우려는 꼼수라고 의심하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가 중국에서 잇달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중국 영화의 입지가 줄어들자 꺼낸 카드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차이나 필름 관계자는 부인했지만 중국 당국이 외국 영화에 대해 통제의 손길을 뻗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중국 당국이 앞으로도 이렇게 비슷한 장르의 경쟁 영화에 대해 같은 날 개봉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