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삼성-애플 특허전 쥐락펴락 '루키' 판사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태블릿PC 특허권을 두고 삼성과 애플 간 전쟁이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판사가 애플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해줬다.

두 회사 간 경쟁을 멈추게 한 것이다.

미국 새너제이의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루시 H. 고 판사 얘기다.

지난달 고 판사가 삼성의 태블릿PC인 갤럭시 탭을 일시적으로 판매대에서 치우도록 하는 뜻밖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첨단기술 산업 전반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판단이 이 첨단기기(태블릿PC)의 판매량이 치솟는 가운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갤럭시 탭은 애플 아이패드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10인치 태블릿PC 가운데 하나다.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로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FOSS Patents)를 운영하는 플로리안 뮐러는 "고 판사가 이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유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소송 사건에 대한 고 판사의 결정은 앞으로도 많이 인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판사가 갤럭시 탭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애플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지난달 판결문에서 "삼성이 시장에서 경쟁할 권리는 있지만, 특허권을 침해한 제품을 시장에 쏟아냄으로써 불공정하게 경쟁할 권리는 없다"면서 "갤럭시 탭이 판매를 계속하면 애플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
광고 영역

이 사건은 이달 배심원 재판을 받을 예정이어서 정보통신(IT) 업계의 모든 눈이 이 43세 판사에게로 향하고 있다.

애플은 시장의 63%를 차지하고 있고 2위인 삼성이 9% 점유율로 뒤를 쫓고 있다.

WP는 한편으로는 고 판사가 이 소송을 맡기에 이상적인 인사라고 소개했다.

우선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10년간 일한 전문가다.

그는 2006년 크리에이티브테크놀러지를 대리해 애플 아이팟이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연방 법원에 소송을 낸 적이 있다.

애플도 맞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엔 특허권 사용료로 1억 달러를 크리에이티브 측에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루키'(rookie, 신참) 판사다.

불과 1년 만에 수백건의 송사를 처리했고 지금은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소송을 다루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법원 소속으로 저명한 특허법 전문가이자 고 판사인 멘토인 로널드 와이트 판사는 이는 신병에게 쏟아지는 일종의 집중포화(baptism by fire)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 판사가 극도로 오래 일하고 업무를 위해 휴가도 반납하는가 하면 주말에도 판례를 연구한다고 소개했다.

고 판사가 다루는 소송 건은 많은 다른 국가의 법정에도 쌓여 있는 것으로, 태블릿 및 스마트폰 제조업자들은 자기 아이디어를 보호할 뿐 아니라 경쟁자를 무력화하기 위해 특허를 활용하고 있다.

애플이 소송에 집착하는 것은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의 영향이기도 하다.

월터 아이작슨이 집필한 전기에 따르면 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보호하기 위해 경쟁업체와 핵전쟁(thermonuclear war)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6일 고 판사는 갤럭시 탭 10.1에 대해 판매 금지 처분을 내렸다.

며칠 뒤에는 갤럭시 넥서스에 대해서도 판매 금지를 명령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고 판사가 특별히 애플을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로스쿨의 마크 렘리 교수는 "고 판사가 여러 비판을 이성적으로 잘 참아내겠지만, 이 소송 건은 특허 시스템에서 정말로 큰 사안"이라고 말했다.

렘리 교수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특허권 분쟁의 소송 비용으로만 6억~7억달러를 썼고 경쟁사들의 발명품과 특허를 사들이는데 15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를 쏟아부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리처드 포스너 연방 항소법원 판사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사업 이익을 위해 소송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스마트폰 특허와 관련해 애플이 모토로라를 상대로 낸 판매 금지 소송을 기각하면서 특허권 침해가 '별로 심각하지 않다'(minor-seeming)고 했고 피해가 막대하다는 주장도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implausible)고 일축했다.

광고
광고 영역

고 판사는 WP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고 판사가 엄청난 소송을 맡고 있음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싫어하며 하버드대 재학 때도 뒷줄에 앉아 조용히 수업에 몰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