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와 오랜 기간 동맹관계를 맺어 온 미국이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역할이 애매해졌다고 AP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통신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후세인 탄타위 군최고위원회(SCAF) 위원장과 1시간 넘게 회동을 한 사실을 전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이틀간 일정으로 이집트를 방문한 클린턴 장관이 탄타위 사령관에 요구한 사항은 간단하다.
이집트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에 협조하고 민간 정부에 모든 권력을 이양하라는 것이다.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 대통령과 그동안 과도 정부를 이끌어 온 군부는 의회 해산과 대통령 권한 범위 등을 두고 권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또 여성과 소수 종교인을 포함해 이집트인 모두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중요성도 군부에 강조했다.
그러나 탄타위 위원장은 이집트의 경제적 요구 사항에 초점을 뒀다고 미국 관리는 전했다.
아울러 클린턴 장관은 군부와 만나기 전 "군부는 국가방위란 순수 역할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그가 탄타위 사령관과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강한 어조로 이를 요구했는지, 군부로부터 양보안을 얻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은 올해 초 이집트에 13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 제공을 승인하면서도 군사원조 예산의 대부분은 아직 이집트에 전달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이 원조를 이집트의 안정화에 쓸 것인지 아니면 양국의 동맹 관계 회복을 위해 쓸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AP는 전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30여 년간의 집권 기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을 파기하라는 국민 대다수와 아랍세계의 압력을 뿌리치고 평화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신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아랍의 봄'으로 무바라크가 권좌에서 물러나면서 상황은 바뀌었고 미국은 이집트 신임 대통령과의 관계에 고심해 왔다.
다만, 무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준수할 의향을 내비치면서 미국에 일단 우호적인 몸짓을 보냈다.
이집트의 모함메드 아므르 외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무르시 대통령이 클린턴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1979년에 맺은 평화협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무르시 대통령과 회동 직후 "이집트 국민과 이집트의 민주화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확인하기 위해 카이로에 왔다"며 "21세기 미국과 이집트 관계를 어떻게 폭넓고도 지속적으로 가져갈지에 대해 무르시 대통령과 건설적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