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취재파일] 도종환 소개 부분도 수정 요구했었다

평가원이 밝힌 '도종환 詩 삭제 권고' 이유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삭제할 것을 권고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해, 현역 정치인의 작품은 수록을 배제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게 평가원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지난 4.11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 평가원 "도종환 소개 부분도 수정하라"

이와 관련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우원식 의원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삭제를 권고한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당시 평가원 심의회의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관련 자료를 달라는 것입니다. 평가원이 제출한 자료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평가원 국어 심의회가 열린 것은 지난 6월 20일이었습니다. 심의의원 30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도종환 의원의 작품이 교과서 검정 심사 원칙인 '교육의 중립성 유지'에 위배되는 것으로 결정하고 수정 보완 권고를 결정했습니다. 권고 대상은 8개 출판사의 11개 부분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담쟁이'라는 시에 대해선 '특정 인물에 대한 편파적 인식을 가져올 수 있다'며 수정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참고로 담쟁이라는 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종례시간'이라는 시에 대해서도 평가원은 역시 수정 부완 사유를 '특정 인물에 대한 편파적 옹호'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평가원은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평가원은 나아가 한 출판사가 시인 도종환을 소개한 부분에 대해서도 '소개 대상이 특정 정당의 현역 정치인이므로 수정 바람'이라고 통보했습니다.

광고
광고 영역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우원식 의원이 당시 회의록을 요구했지만 평가원은 "회의록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 야당 의원 "시인 소개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

평가원이 심의 기준으로 삼은 '교육의 중립성 유지' 항목은 '교육 내용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고,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공정하고 교육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교육 내용은 특정 정당, 종교, 인물, 인종, 상품, 기관 등을 선전하거나 비방해서는 아니되며, 남녀의 역할에 대한 편견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원식 의원은 "있지도 않은 기준을 현역 국회의원 작품에 무리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중립성 유지 기준은 작품 자체가 특정 인물을 선전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일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지, 작품 저자의 신분을 문제삼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 의원은 또 "수정 권고 내용 역시 대단히 편파적이고 졸속적"이라며 "현역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시인 소개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평가원은 삭제 권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중앙선관위에 '교과서 게재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질의했고, 선관위가 선거법과 무관하다는 해석을 내리자 10일 삭제 권고를 철회했습니다.

◆ 이주호 장관 "언론 보도 보고 알아..깊은 유감"

12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단연 화두가 됐습니다. 국회에 출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도종환 시인의 시 삭제 권고를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습니다. 총리실 산하에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교과서 검증을 위탁만 한 것이기 때문에 교과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장관은 그러나 포괄적인 지휘 감독 책임은 인정한다면서 '도종환 시 삭제 논란'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사한 문제 발생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