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부터 10년간 영국을 이끈 토니 블레어 총리가 퇴임 후 5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러나 정치인이 아닌 고문으로서다.
노동당은 11일(영국 현지시간)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아스널팀의 홈 에미리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후원행사에서 블레어 전 총리를 당의 정책 고문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에드 밀리반드 당수는 블레어가 존 크루다스 의원과 함께 당의 올림픽 정책을 챙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루다스 의원은 노동당 정권에서 블레어를 보좌한 인물이다.
일간 가디언은 재임 시절 블레어가 표방한 '신(新)노동당'을 대표한 인물들이 올림픽 정책을 자문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뭉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동당은 블레어가 재임 시절 2012 런던올림픽 유치에 성공했고 스포츠 재단 운영에 열심이라는 점을 이번 결정의 이유로 설명했다.
블레어는 이날 행사에서 밀리반드 노동당 당수와 나란히 연단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두 사람의 동시 등장 이벤트를 성사시킨 것은 블레어의 여론형성 전략가, 속칭 '스핀닥터'로 활약한 알리스테어 캠벨과 당 사무총장을 지낸 맥도너 여사 등 과거 블레어 총리 시절 인사들이다.
블레어가 퇴임 이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당직을 맡게 되자 당 안팎에서는 정계 복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블레어는 지난달 한 영국 언론과의 퇴임 5주년 인터뷰에서 '당의 요청이 있으면 총리직에 재도전하겠느냐'는 질문에 "예, 물론이죠.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리 없잖아요?"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는 이 인터뷰에서 여러 현안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드러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라크전 참전 등으로 정권을 내준 책임자인 블레어가 당 정책에 관여하는 데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우파 정책을 수용한 '제3의 길'과 '신노동당' 철학은 정치적으로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또 퇴임 후 국제사회에서 금융자본 등으로부터 과도한 자문 보수를 받고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노동당 관계자들은 '블레어 복귀' 논란과 관련, 그의 역할은 올림픽 정책 자문이라고 강조하면서 정계 복귀설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못 박았다.
노동당의 한 정치인은 "그의 재임 시절 말기로 보면 '블레어주의'는 재고할 가치가 없지만 초반부는 그렇지 않았다"며 "노동당이 그 때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