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는 주행 중 시끄러운 랩음악을 틀어놓은 택시 기사에게 승객이 소리를 줄여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뉴스위크지와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에서 편집기자로 일하는 데이비드 프럼은 10일 CNN인터넷판에 실린 기고문에서 파리의 택시 상황을 예로 들며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경제의 `경직성'을 비판했다.
파리에서 서비스 직종인 택시기사가 `갑'의 위치를 점하게 된 것은 당국이 `허가제'로 대수를 관리하면서 1만4천대가 운행했던 1937년 이후 75년 사이에 택시 수가 불과 14% 늘어나는데 그쳐 현재 1만5천90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프럼은 소개했다.
광역도시권 개념으로 산정한 인구가 약 1천170만명에 달하는데다 매년 2700만 명의 관광객을 받는 파리의 택시 수가 등록 기준으로 7만 2000여 대에 달하는 서울 택시 숫자의 22%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택시가 귀한 탓에 파리 시민과 관광객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택시 승차장에서 `오지 않는 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게 싫으면 대중교통 또는 도보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2007년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파리에 택시 6500대를 신규 허가하려 했지만 기존 택시기사들이 하루 파업으로 맞서면서 정책을 접었다.
파리의 기사들이 택시 증가에 반대하는 것은 `밥그릇 싸움'이 격렬해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 아니라 20만 유로(약 2억 8000만 원)을 주고 거머쥔 택시 면허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프럼은 적었다.
프럼은 "기사들은 면허를 귀중한 자본재로 인식하고, 나중에 되팔기를 희망한다"고 소개했다.
사르코지가 택시 대수를 늘리려다 반대에 봉착한 것도 당시 신규 택시 면허를 무료로 발급하려 했으며, 기존 택시 면허소지자에 대한 보상 대책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프럼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럼은 프랑스법이 기존 사업자들의 이익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신규 진입에 대해서는 높은 장벽을 친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최악의 `실업대란' 속에 일자리 창출이 시급함에도 불구, 정치인들이 이런 법을 바꾸려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프랑스에서는 300㎡를 넘는 새 매장을 내려면 정부 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위원회에는 해당 업종의 기존 사업자들이 포함돼 있어 견고한 `진입 장벽'을 형성한다고 프럼은 적었다.
그는 또 독일 연방정부가 밤 10시 이후 상점 영업을 금지하는 규제를 유지하다가 최근에서야 각 주로 영업시간 규제권한을 양도한 사실, 유럽국가들의 까다로운 근로자 해고 규정, 높은 급여세 등을 거론하며 유럽경제의 경직성이 고용 창출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