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가 줄어들고 있다.
수도인 워싱턴DC 인근 지역의 수만가구는 불꽃놀이를 즐기기는커녕 낮에는 찜통더위, 밤에는 암흑 속에서 휴일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독립기념일에 바비큐, 행진 등의 행사를 하고 밤에 대규모 불꽃놀이를 펼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경기 침체로 불꽃놀이를 취소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지역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폭염과 폭풍, 산불까지 겹쳐 불꽃놀이를 취소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산불 등의 재해로 콜로라도, 인디애나, 와이오밍, 미주리 등의 주에서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한 도시가 수십 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인디애나주의 델파이는 가뭄 때문에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했다.
델파이 상공회의소의 데일 수어드 회장은 "학교를 태워 먹는 것보다는 불꽃놀이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불꽃놀이를 하다가 비가 오지 않아 마른 나무 등에 불이 옮겨 붙으면 대형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주리주의 웰든 스프링도 폭염과 가뭄을 이유로 불꽃놀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지역 상공회의소 간부인 윌 클레인은 "마지막으로 비가 내린 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못 하겠다"며 "화재 예방이 불꽃놀이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콜로리다주에서는 수 주째 계속되는 산불 때문에 여러 도시에서 불꽃놀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스펜, 오로라, 볼더 등의 도시들이 불꽃놀이를 취소했다.
미국폭죽협회(American Pyrotecnics Association)는 올해 불꽃놀이를 취소하는 지역이 특히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협회의 임원인 줄리 헤크먼은 "기후 때문에 불꽃놀이를 취소하는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뭄, 불볕더위뿐 아니라 일리노이주의 휘튼처럼 폭풍 때문에 불꽃놀이를 하지 않은 지역도 있다.
폭풍 피해 복구 등으로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려운 재정 여건 때문에 2009년부터 공식 불꽃놀이 행사를 하지 않았던 캘리포니아주의 몬테레이는 올해 불꽃놀이 대신에 비용이 저렴한 레이저 쇼를 하기로 했다.
워싱턴 포스트(WP)도 수도 인근 지역 주민 수십만명에게는 올해 7월 4일(Fourth)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암흑과 무더위 속에서 지낸 닷새째(Fifth)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휩쓸고 간 '드레초'(derecho, 먼 거리를 직선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폭풍)의 영향으로 버지니아주에서 뉴저지주에 이르기까지 430만가구가 정전돼 대부분 복구됐지만, 이날 오전까지 8만가구에 전력 공급이 재개되지 않았다.
폭풍 후유증으로 켄싱턴, 사우스 저먼타운, 락빌, 게이더스버그시와 몽고메리, 페어팩스, 알링턴 카운티는 경찰과 소방 인력이 긴급 복구를 원활하게 할 수 있게 축제 행사를 취소했다.
하지만, 워싱턴DC 내셔널 몰의 전통적 행사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쿨&갱, 조쉬 터너 콘서트와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이어 오후 9시30분부터는 불꽃놀이도 펼쳐진다.
펩코, 도미니언 등 이 지역 전력회사는 이날 저녁까지 90% 이상의 전력이 복구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닷새째 전등과 에어컨, 냉장고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고통과 불만은 치솟는 수은주와 비례해 높아지고 있다.
(뉴욕·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