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부동산 경기침체로 빚을 내 집 산 분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집값이 한창 오르던 시기에는 대출받아 집을 사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세차익 충분히 남기고 팔 수 있었지만, 이제는 빚 해결하기도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린 거죠. 이런 부동산 침체가 언제 나아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빚 내서 집 한 채 장만해 살아가는 이른바 하우스푸어들의 시름을 더 깊어지게 합니다. "분양계약이 노예계약입니까?"
"아파트 분양계약서에 도장 한 번 잘못 찍었다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분양계약이 노예계약입니까? 보다 나은 환경을 갖춘 신도시에서 가족들과 알콩달콩 살아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분양계약 했다고,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2009년 김포 한강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이 하소연입니다. 전체 1천50세대 계약자 가운데 절반이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중도금 대출도 없던 걸로 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왜 소송을 안 냈을까요? 반반, 홀수동, 짝수동으로 나누어 다른 은행 집단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대출만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뿐입니다. 나머지 절반도 따로 소송을 낼 수 있다는 거죠.
경전철이 건설되고 도로가 뚫리면 서울과 접근성이 뛰어나고, 한강 조망권에 친환경 시설 갖췄다는 분양광고 믿고 아파트 계약했는데, 실제 입주시점이 되어보니 원래 광고 내용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 되어있다는 겁니다. 부동산 침체까지 맞물려, 시세는 분양가보다 20% 이상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마저도 대략 추산하는 것일 뿐, 사실상 집을 팔고 싶어도 아예 거래가 한 건도 없는 수준이라, 실제로는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 언제 팔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입주를 하려 해도 근처에 학교도 없고 가게도 없고, 아직 주변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도저히 살 수가 없고, 팔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민들은 눈물 흘리며 성토하는데….
건설사 측은 입주를 거부한 것으로 간주해버렸습니다. 중도금 대출 받은 은행 빚을 갚지 않으니 연체자로 분류돼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진 상황. 재산은 가압류 처리되고, 계약을 무효화하고 채무를 없던 걸로 간주해달라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한 달에 300만 원 이상씩 쌓여가는 연체이자를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처지가 된 겁니다. 만약 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나아질까요? 이긴다해도 건설사 측 역시 한꺼번에 상환 부담이 몰리면 경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항소하며 법정싸움 이어갈테고, 건설사가 완전히 대출금을 갚기 전까지는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은 여전한 겁니다.
신도시 집단소송 봇물…끝 모를 부동산 침체에 집단대출 연체율 비상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강 신도시 한 곳의 사례가 아니라는 겁니다. 별내 신도시며 미분양 물량들을 털어내느라 무리하게 마케팅했던 수도권의 신도시 아파트들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 처했습니다. 4월 말 기준으로 아파트 중도금 명목의 가계 집단 대출은 102조 4천억 원에 달하고, 집단대출을 놓고 소송이 진행 중인 곳만 94곳에 이릅니다. 집값이 오를 걸 기대하고 대출 받아 분양 받았는데 시세가 분양가 아래로 떨어지는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분쟁이 늘면서 집단대출 연체율은 4월 말 기준 1.56%에 달해 일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의 4배에 육박합니다. 앞으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 이렇게 빚을 못갚는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나겠죠. 집값 계속 떨어지면 경매 물건도 점점 늘어나고 부동산 침체는 더 가속화되고, 가계뿐 아니라 건설사, 악성 채무가 늘면서 금융권까지 동반 부실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되는 겁니다.
최근에도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 털어내느라 과장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입주할 때 고객 마음 변하면 계약금 돌려주겠다는 '계약금 안심보장제', 나중에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지면 차액 보장해주겠다는 '프리미엄 보장제' 등 갖가지 마케팅이 과열되고 있는데요. 부동산 시장 전망 자체가 어두운 상황에서, 한꺼번에 계약자들이 입주시점이 계약금이나 차액 돌려달라고 요구할 경우 건설사는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 측은 계약자들에게 이런 내용 은행은 보장해줄 수 없다는 서약까지 따로 받고 있고요.
집단 대출 자체가 부동산 침체와 맞물려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금감원이 과당 마케팅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집중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미리 전수조사를 통해 부실 요인들을 꼼꼼히 점검하겠다는 거죠. 금감원은 더 심각한 상황이 오기 전에, 연체율 상승이 은행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은행들로 하여금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