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취재파일] 집이 송두리째 날아갔는데…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가까운 지인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몇 분간 그렇게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고 거친 바람소리가 창을 스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정전입니다. 미국에 살다보면 수시로 겪는 일이 정전사태이다 보니 누구하나 크게 놀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침착하게 초를 찾아서 켜고 식사를 계속합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서 보니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아름드리 나무가 뿌리채 뽑혀 곳곳에서 길을 막고 집을 덮친 곳도 있습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모두 전기가 끊겼는지 가정집이나 건물을 물론 신호등까지 완전히 불통입니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집밖으로 나온 사람도 없고 피해 현장을 확인하러 나온 공무원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조용히 밤이 지나갑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지난 주말 미 동부지역을 강타한 폭풍으로 13명이 숨지고 무려 3백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습니다. 말이 3백만 가구지 우리나라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면적으로 보면 남한 전체 면적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 전기가 끊겼다는 뜻입니다. 이쯤되면 난리도 보통 난리는 아닐 겁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전기가 끊겨 에어콘, 냉장고는 물론 취사도구조차 이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기가 완전히 복구되는 데 앞으로 1주일이 걸린다는데도 무더위에서 온 약간의 긴장감 외에 이들에게서 특별한 표정을 찾기 힘듭니다. 자연재해가 닥치면 대형 마트를 찾아 비상식량 챙기고 차에 기름 넣고 하는 것 외에는 별 호들갑이 없습니다. 이 사태를 전하는 TV 리포터는 생글생글 웃기까지 합니다. 우리 같으면 당장 잘릴지도 모를 일이지요? 참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풍경입니다.

사실 미국에 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런 일로 놀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대형 허리케인이 미 동부지역을 강타했을때 도로 곳곳이 통제돼 평소 30분이면 가는 길을 몇시간 돌아서 간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다섯 시간을 돌다가 결국 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저 혼자가 아닐 텐데 여기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미국인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인재(人災)라는 말도 여기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광고
광고 영역

TV 방송들의 방송 태도도 우리와는 사뭇 다릅니다. 자연재해가 닥치기 전에는 하루 종일 방송을 하다가도 지나가고 나면 그만입니다. 사람이 죽고 집이 무너져도 그 사실만 전하면 그만입니다. 아주 간혹 피해자들의 스토리를 취재해서 보도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사실 전달에 집중할 뿐이지 기자의 상상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들은 우리와 다른 DNA를 갖고 있고 조상 대대로 이어온 삶의 방식도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누가 더 옳은지 판단하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일을 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인 특유의 감수성과 역동성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또 불필요한 논란과 비효율의 원천인 것도 사실일 겁니다. 그들이라고 해서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그들의 마음가짐만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신동욱 기자 기자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