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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롤 모델'의 정치학…야당 대선주자 4인의 '이미지 메이킹'

'롤 모델'에 시대정신의 메시지가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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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많이 받던 질문 중 하나가 '누구를 가장 존경하느냐'는 것이었지요. 우리나라 인물로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등이 가장 많았던 것 같고요. 외국 위인으로는 발명왕 에디슨, 슈바이처 박사, 처칠 대통령,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간디도 많았지요. 결국 '누구처럼 되고 싶냐'는 말과 일맥상통하지요. 아버지를 꼽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러면 이렇게 물어 보죠. '너네 아버지가 누군데?'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얘기인지 잘 모르니까요.

대선 주자들도 초등학생과 다를 바가 없겠지요. 존경하는 인물 이름 하나만 대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어떻게 국정을 이끌겠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선 주자들도 앞다퉈 이른바 '롤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을 살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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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상임고문이 내세운 롤 모델은 다산 정약용과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입니다. 문 고문은 "정약용은 그 시대를 지배하는 것이 있었고,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실용적 사상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역시 더욱 눈길이 가는 인물은 루즈벨트 대통령일 겁니다. 정치인이고 또 대통령이었기 때문이죠. 문 고문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정한 이유는 "미국에서 복지의 기준과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국가를 잘 통합했다"는 점을 들었죠.

루즈벨트는 '뉴딜 정책'을 실시해 경제 대공항을 극복했습니다. '뉴딜 정책'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고용을 창출한 것이 핵심이죠. 여기에서 두 가지의 시사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라는 자신의 대표 브랜드와 맥이 닿아 있습니다. 강력한 일자리 혁명으로 비정규직.청년.고령자에게 많은 일자리를 주겠다는 메시지입니다. 문 고문은 민주통합당내 일자리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둘째는 화합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내 놓은 직후 공산주의 또는 나치의 정책이라고 비판받았죠. 그러나 보수 세력을 설득했고요,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들을 개혁 대열에 동참시켰어요. 루즈벨트의 라디오 연설은 '노변정담(爐邊情談)'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난롯가에서 나누는 정다운 이야기'라는 뜻이지요. 문 고문의 경우 공격받는 주요 포인트가 친노라는 것이죠. 그래서 문 고문은 대선 캠프를 친노를 넘어서 계파색이 엷은 인사들을 많이 참여시키고 있어요. 일단 당내 화합을 강조하면서 국민 화합의 적임자 이미지도 심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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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손학규 상임고문으로 가 보죠. 손 고문은 오래전 부터 세종대왕이 자신의 '롤 모델'이라고 얘기해 왔죠. 지난 14일 출마 선언식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가졌습니다. 지난 2010년 춘천 칩거 생활을 마치면서 올린 글에서도 "세종대왕은 백성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을 통치의 기본으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출마 선언식에서는 "세종대왕이야말로 백성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서 국정을 마무리한 성군"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많이들 보셔서 잘 알고 계시겠지만요. 세종대왕의 업적은 그의 뛰어난 능력도 능력이겠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에서 비롯됐다고 얘기합니다. 훈민 정음을 창제한 이유도, 물시계인 자격루와 해시계인 앙부일기를 만들 이유도 애민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에게 자주 은전을 베풀었고, 사면령을 빈번히 내렸으며, 노비의 처우를 개선해주기도 했답니다. 

손 고문이 꿈꾸는 대통령상은 민생과 통합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손 고문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뜻하는 '저녁 있는 삶'을 정책 브랜드로 제시한 데 이어, 차기 정부의 성격을 '착한 권력'으로 이름 붙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핵심은 현 정부를 '불통 정부'로 규정짓고 자신은 국민과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차별화 전략입니다. 세종대왕의 이미지를 착한 대통령과 백성과 소통하는 대통령에 투영시키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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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경남지사는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을 꼽았습니다. 지난 9일에 출간한 '아래에서부터'에서 "한국의 룰라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패러다임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집권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룰라가 보여 준 서민에 대한 애정과 문제 해결의 리더십을 배우고 싶다"고 덧붙였죠.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힙니다. 성장과 분배 정책의 조화 속에 1천만개가 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고, 거대한 채무국인 브라질을 세계 8대 경제대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경제 양극화가 불러 온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서 국가와 사회 통합을 이뤄 냈습니다. 8년간의 대통령직을 끝냈을 때 룰라의 지지율은 87%에 달할 정도였어요. 김 지사가 내건 '서민 정부'라는 비전이, 그리고 '사회 통합'의 염원이 룰라를 '롤 모델'로 삼게 했습니다.

김 지사가 룰라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순탄치 않은 룰라의 성장 과정과 도전 정신'입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선반공 노동자 출신입니다. 3번에 걸친 대선 도전과 정치 역정도 감동적이고요. 김 지사도 어려운 가정 출신이죠. 입학금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농사를 짓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이장에서 군수, 행자부 장관를 거쳐 경남지사에까지 당선됐죠. 김 지사도 각종 선거에서 6번이나 떨어진 적이 있어요, 총 전적은 5승 6패이죠. 룰라 전 대통령은 김 지사 캠프가 가장 강조하는 인물의 '스토리' 전략에 부합하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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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상임 고문은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백범 김구 선생을 꼽았습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라는 점때문입니다. 정 고문이 이 분들을 선각자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70년대 이미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에 대해 역설했고,  역시 70년대 한반도 긴장 완화 방안으로 '한반도 4대국 보장론'을 제시했다는 점을 예로 듭니다. 특히 '한반도 4대국 보장론'은 미국과 일본, 소련, 중국이 한반도에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자는 것이었습니다. 일종의 '불가침 조약'을 맺게 하자는 것이죠. '4대국 보장론'은 현재 6자 회담의 바탕이 된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김구 선생이 꿈꿨던 국가상은 '문화국가'였다는 겁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에 '문화 국가'라는 이상을 제시했다는 점은 놀랐습니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기록했습니다.

정 고문은 정치는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높은 이상을 추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참된 가치를 발굴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선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소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을 가장 존경하지만, 구체적인 '롤 모델'은 생각 중이라고 합니다. 정 고문이 대선 대표 브랜드로 내건 '빚없는 사회와 편안한 나라'에 좀 더 잘 어울릴만한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인의 '롤 모델'은 자신의 국정 철학의 메시지를 요약해서 전달하는 수단일 수 있습니다. 특히 설명이 필요없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인물을 통해서 말이죠. 또 자신이 추구하는 이른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대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대선 주자가 유권자의 마음을 잡고 대권을 거머쥘 수 있겠죠.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4명의 대선 주자가 자신의 '롤 모델'로 꼽은 루즈벨트, 세종대왕, 룰라, 김대중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을 찾아 보니 국민을 걱정하는 '애민정신', 한 발 더 나아가 '통합'인 것 같군요. 결국 네명의 대선주자들은 현재의 '시대정신'의 중요한 축으로 '국민 사랑을 통한 사회 통합.국가 통합'을 설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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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디지털콘텐츠기획위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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