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의 벨뷰에 있는 비디오게임 제조업체인 밸브사.
이 기업은 다른 정보·기술(IT) 업체처럼 직원들에게 최고급 에스프레소와 마사지 서비스, 세탁실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다른 IT기업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보스가 없다.
밸브는 1996년 창업 이래 보스가 없었다. 중간 관리자인 매니저도 없다. 승진도 없다. 회사가 지시하는 프로젝트도 없다.
직원 300명이 모두 평직원이다. 직원들 각자가 할 만한 일이라고 판단하면 회사 내의 다른 동료를 뽑아 함께 일한다. 모든 책상에는 바퀴가 있어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직원들끼리 모여서 일하기가 쉽다.
급료는 동료 직원들의 평가로 결정된다. 근무 시간도 직원들 스스로 알아서 정한다.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도 직원들이 의논해서 결정하고 드물기는 하지만 직원을 해고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밸브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최근 미국 기업에서 의사 결정 과정의 병목 현상과 생산성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중간 관리 직급을 없애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항공부품 사업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현장 감독을 없앴다.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기트허브(GitHub)는 매니저가 없다. 최고경영자(CEO)가 있지만 명목상의 직책이다. 소수의 고위 관리자들은 회사 전반에 관한 문제나 대외 업무만 담당하고 직원들에게 지시하지 않는다.
기능성 섬유 제조업체인 W.L. 고어는 1958년 창사 이래 보스나 전통적인 명령 계통이 없는 격자 경영(lattice management)을 하고 있다. 수직 체계가 아닌 수평 체계를 도입해 직급이 없는 팀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보스나 중간 관리자가 없는 경영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아이오와주립대학교와 텍사스 A&M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스로 감독하는 자율 조직 직원들의 업무 성과가 기존의 명령 체계하에서 일하는 직원보다 뛰어났다.
이 연구에 참여한 스티븐 코트라이트는 "팀 자체가 경영을 한다"면서 "팀원 모두가 좋은 관리자의 역할을 공동으로 수행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혁신에도 중간 관리자가 없는 시스템은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혁신이 생명인 IT 기업들이 경영에서 기존의 수직적 구조보다는 수평적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수평적 조직 구조는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적합하지 않고 업무의 명확한 구분이 없어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조직 내부의 불화가 발생하면 수평적 구조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