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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야당엔 '잠룡', 여당엔 '잡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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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새누리당에 이어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연말 대선을 책임질 지도부 구성을 끝내면서 여야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여야 모두 당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여야의 분위기는 사뭇 판이하다. 야당에선 '잠룡'(潛龍)들이 넘쳐난다는 데 반해 여당에선 잡룡(雜龍)들만 우글거린다는 식이다.

◈ 野 잠룡들, 정권교체를 꿈꾸다

당내 대선 주자 빅3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가운데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진 건 손학규 상임고문이었다. 손 고문은 지난 14일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백성의 삶을 챙기고 만백성을 하나로 통합했던 세종대왕의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강조했다. 출정식에는 이낙연, 김동철, 김우남, 신학용, 양승조, 오제세, 조정식, 이찬열, 이춘석, 최원식 의원과 김영춘, 서종표, 송민순, 이성남, 전혜숙, 홍재형 전 의원 등 손학규계 의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당내 유력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도 1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 고문은 반칙과 특권이 지배하는 암울한 시대와 최악의 정부가 자신을 정치로 불러냈다면서 보통 사람이 주인 되고 편 가르지 않고 함께 가는 진정한 '우리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 고문은 당내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당 대표 경선에서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지지해 당내 입지도 가장 탄탄하다는 평가다.

한 때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김두관 경남지사는 다음 달 대선 후보 경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일부 국회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창원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사실상 대선 행보를 공식화했다. 김 지사는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이 노동자당 후보로 집권해 사회 통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오히려 좌우 이념을 넘어 통합의 정치를 이뤄냈다고 말하는 등 룰라 전 대통령을 일종의 롤 모델로 제시했다.

이 밖에 부산 출신 조경태 의원이 대선 출마를 가장 먼저 선언한 가운데 정세균 상임고문과 김영환 의원 등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7대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상임고문도 출마여부를 막판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당내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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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잠룡들, 당내서 '잡룡' 취급

여당 내 잠룡들도 적지 않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재오 의원, 정몽준 의원이 이미 출마를 선언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경남지사 출신인 김태호 의원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김문수 경기지사는 야당세가 강한 경기도 부천에서 국회의원을 내리 3번한 뒤 지난 2006년 경기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0년에는 재선에도 성공하며 한 때 여당 유력 차기 주자로 거론됐었다.

이재오 의원도 역시 자갈밭이라 불리는 서울 은평을에서 4선에 성공한 인물로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과 특임장관을 지냈다. 현 정권에서 2인자 혹은 친이계 좌장으로 통했다.

정몽준 의원은 19대 국회 최다선인 7선 의원으로 울산에서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지난 18대 국회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서울 동작을에서 야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를 꺾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당 대표를 지냈다.

경력만 놓고 본다면 야당 주자들에 비해 크게 빠질 게 없다. 다만 현 정권의 심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약점이다. 재미있는 것은 당내 평가다. 오히려 외부 비판을 감싸줘야 할 당내에서 평가가 더 박하다. '잠룡' 대접은 고사하고 거의 '잡룡' 취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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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박(非朴)은 없다

앞서 언급한 여당 잠룡들 가운데 빠진 사람이 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비록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명실상부한 당내 유력 주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의 1위다. 최근에는 야당 주자들은 물론 최근에는 제3지대 대안 후보로 꼽히는 안철수 교수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옛 한나라당이 지난해 말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으로 침몰 위기에 몰렸을 때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 지휘권을 넘겨받은 뒤 4.11 총선에서 당원들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과반 의석을 달성했다. '선거의 여왕'임을 재확인하며 당을 사실상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런 박근혜 전 위원장의 위세에 눌려 당내 비박계 주자들은 존재감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벌써 두 달 가까이 비박계 주자 3인방이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를 장악한 친박계에서는 별 반응이 없다. 최근 경선관리위원회 출범 강행을 계기로 비박계 주자들이 경선 불참을 시사하면서 황우여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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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룡'과 '잡룡' 사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선 주자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위원장과 안철수 교수,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 정도다. 나머지는 한 자릿수 5%를 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미안하지만 누구 누구할 것 없이 현재로서는 도토리 키재기 수준인 셈이다.

그런데도 같은 단(單) 자릿수 지지율 후보들의 위상 차이는 여야별로 극과 극이다. 야당에선 경선 시작 전부터 극적 반전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각 주자 진영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주류인 친노계도 마찬가지다. 또 실제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안철수 교수라는 메가톤급 변수도 야당 내 활력을 한껏 북돋우고 있다.

하지만 여당 내 사정은 정반대다. 활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주류인 친박계가 특히 심하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하는 비박계 주자들에게는 어떻게 하든 어차피 질 걸 갖고 괜한 꼼수 부린다고 말한다. 지역순회 경선에 대해서도 괜히 해봐야 박근혜 전 위원장과 다른 후보들의 표차가 너무 커서 초장부터 김만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놓는다.

주자들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출정식 때 자파 의원들을 대거 동원하는 야당 주자들과 달리 여당 내 비박계 주자들은 도와줄 현역 의원도 거의 없다. 김문수 지사 쪽에 김용태 의원, 정몽준 의원 쪽에 안효대 의원 정도다. 이재오 의원 쪽은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낙선 혹은 낙천하면서 대리인으로 내세울 현역 의원조차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같은 단 자릿수 지지율 후보지만 야당은 이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홍보하며 자당 주자들 띄우기에 힘쓰고 있는 반면 여당은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제외하면 지지율 다 합쳐 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 주자들이 괜한 사고나 치지 말아달라 하는 분위기다. 비슷한 자산을 갖고도 활용 방법은 전혀 다른 셈이다.

◈ 잡룡만 남은 당의 미래는?

어차피 각 당에 대선 후보는 1명이다. 특히나 주자간 지지율 격차가 현격한 새누리당의 상황에서 대선 실무를 준비해야 하는 당 지도부에게는 경선 규칙을 놓고 분란만 일으키는 비박계 주자들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유력 주자가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나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이런 방식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대선이 끝난 뒤 당에 잠룡이 아닌 잡룡만 남게 된다면 그 당의 미래는 뻔하다. 어차피 이번 대선을 끝으로 퇴출될 인사들이었다고 할지 모른다. 또 그때가 되면 새로운 후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은 자산이라도 어떻게든 활용하려 하기보다 귀찮아하고 무시하는 당내 풍토에서 그 어떤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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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모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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