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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고 싶은 말만 한다?…박근혜 VS 이해찬

돌발 질문 하자…박근혜 '레이저'-이해찬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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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보좌관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크게는 선거에서부터 작게는 조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의원에게 선거란 4년마다 치러야 하는 수능과 같은 시험이다보니 싫을 법도 하다. 또 꼭 국민의 눈총 때문이 아니더라도 본회의장 점거 농성 같은 과외 일도 싫어한다. 누군들 몸싸움하고 한 데서 자는 게 좋겠는가.

조금 예상 밖이었던 게 조찬이었다. 하지만 이유는 아주 간단명료했다.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조찬 모임은 보통 7시 반쯤하는 게 일반적인데 보통 밤늦게까지 지역과 중앙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의원들에게 조찬은 적잖이 피곤한 일정이다. "조찬 없는 날이면 의원이 아기처럼 좋아하더라"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정치인들이 또 하나 싫어하는 게 바로 돌발질문이다. 뭐, 일상적으로 만나서 하는 대화 중이라면 모르겠지만 방송 중, 특히나 생방송 중이라면 더욱 그렇다. 현직 국회의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던 옛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도 사실 따지고 보면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가 한 국회의원에게 던진 돌발 질문이 발단이 됐었다.

돌발 질문 때문은 아니지만 과거 모 대선 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이나 모 의원의 성추행 발언 등은 당시 가볍게 던졌던 말이 부메랑이 돼 당사자들에게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힌 경우다. 말 한 마디로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보니 정치인들이 실언 가능성이 높은 돌발 질문을 꺼려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 박근혜, '레이저' 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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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질문을 받았을 때 정치인들이 보이는 반응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그냥 웃어 넘기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물어본 사람을 굉장히 난처하게 하기도 하는데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런 경우에 속한다. 이른바 '레이저'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주로 준비된 멘트가 아니면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에게 억지로 따라 붙어 답을 강요하면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다. 기자들 사이에서 이를 '레이저'라고 부르는데 한 번 맞으면 정말 민망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박 전 위원장이 싫어하는 게 하나 더 있는데 했던 질문을 또 하는 경우다. 사실 이런 저런 일정에 쫓기는 기자들 입장에선 자칫 현안을 놓치기 쉬운데 박 전 위원장이 한 번 대답했던 질문을 모르고 또 물어봤다가는 '그건 이미 말씀 드렸던 건데요'라는 대답과 함께 여지 없이 레이저를 맞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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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 장벽 '돌파'도

자주 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아예 대답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아니,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어서..."라는 정도로 지나가지만 가끔은 취재진을 그냥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답하기가 싫은 건지, 할 말이 없는 건지, 말하지 않는 자체가 일종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지 진의 파악을 위해 기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리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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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새누리당 의원연찬회 때가 그랬다. 그날은 마침 비박계 주자측이 경선 불참 가능성을 시사한 날로 당내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위원장의 입에 관심이 쏠린 때였다. 기자들은 박근혜 전 위원장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연찬회장 앞에 장사진을 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박 전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기자들은 수첩과 마이크를 꺼내들고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오늘은 하실 말씀이 없으시답니다"라는 대변인실장의 말과 함께 박 전 위원장은 의원들의 기념촬영을 위해 배치해놓은 의자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장성처럼 쳐져 있던 포토라인이 무너지면서 연찬회장 입구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박 전 위원장은 자신 앞에 길게 늘어선 의자들과 반원 모양으로 둘러싼 기자들 사이에 갇히고 말았다. 평소 같았으면 천천히 방향을 틀어 의자들을 우회해갔을 박 전 위원장이었지만 그날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앞을 막고 있는 의자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밀치며 '돌파'해 지나갔다. 물론 연찬회장 안에 들어가서도 취재진의 질문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버럭 '해찬'

여당에 박근혜 전 위원장이 있다면 야당에는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있다. 이 대표에게 돌발 질문을 던졌다가 낭패를 당했다는 기자들이 적지 않다. 얼마 전에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 도중 사회자가 사전 조율된 것과 달리 질문을 한다며 전화를 끊어 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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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초반은 괜찮았다. 이 대표는 당시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차분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 대한 질문이 '화근'이됐다. 북한 인권법 관련 질문에 이어 자신을 돕고 있는 임수경 의원의 막말 파문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이어지자 이 대표의 목소리가 변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를 계속 이렇게 하실 겁니까"라며 "저에 관한, 당 대표 후보에 관한 인터뷰를 하기로 하고 나서 탈북 문제나 이런 문제로 인터뷰를 하시면 원래 취지와 다르지 않습니까, 언론이 왜 이렇게 하십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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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오해는 무슨 오해예요. 저에 관한 인터뷰를 하기로 했으면서 왜 다른 문제로 인터뷰를 하십니까. 원래 취지에 맞는 질문을 하세요. 그래야 답변을 하지요"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여담이지만 이 대표는 걸어가는 도중에 마이크를 들이대는 것도 싫어한다. 섭외가 안 돼 국회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다 어렵사리 인터뷰를 시도하는 경우도 "길거리에서는 인터뷰하지 않는다"며 퇴짜를 맡기 십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의 없는 사람으로 호된 질책을 받기도 한다.

◈ 미워도 다시 한 번

논어에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사실 꼭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난처한 질문에 답변하기 좋아할 사람은 없다. 묻는 게 직업인 기자들이지만 자신의 기사와 관련해 갑작스런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매체가 많아지면서 정치인들에게는 인터뷰나 취재에 응대 해야 하는 부담이 몇 배는 늘었다. 매체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문맥의 전체적인 뜻보다 문장 하나 하나를 따서 기사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좋은 내용과는 거리가 먼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생각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저런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언론의 본질은 여론과의 소통창구라는 점이다. 그리고 기자건 국민이건 대체로 궁금한 건 답하기 곤란한 질문인 경우가 많다. 대의정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치인은 그에 답해줄 의무가 있다. 답변하는 시기나 방법면에서 여러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지만 본질이 그렇다는 얘기다.

또 하나 최소한의 예의다. 언론사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얼마든지 비난 받아 마땅하다. 또 법적 문제가 있다면 책임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을 잊어선 안 된다. 자칫 자신의 마음에 안든다고 언론사나 기자에게 한 행동이 국민에 대한 비례(非禮)가 될 수 있다. 언론의 질문이 설사 다소 마음에 안 든다 할지라도 이를 궁금해 하는 게 국민이라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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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모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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