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투표권 보호냐, 사생활 침해이자 차별이냐.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플로리다주(州)가 시민권이 없는 무자격 투표 등록자를 색출하겠다고 나서자 연방정부가 차별 금지를 규정한 투표권법 위반이라며 제지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의 움직임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플로리다주도 같은 날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미 법정공방으로 번지는 상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텍사스주가 투표 때 사진이 붙은 정부의 공식 증명을 요구하기로 한 것을 놓고 대립 중인 정치권도 가세했다.
공화당은 투표자 명부가 무자격자로 채워져 있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이런 행위는 유권자에 대한 '정화' 내지 '색출' 작업으로, 여러 주에서 같은 논쟁이 불거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릭 스캇 플로리다 주지사는 투표인 명부에서 투표권이 없는 무자격 유권자를 걸러내기로 한 것을 별로 고민이 필요 없는 '아주 쉬운 결정'(no-brainer)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선거에서 비시민권자가 물을 흐리는 것을 막고 시민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비시민권자의 등록 및 투표는 불법이고 범죄"라며 "연방정부는 시민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하는데 소송을 걸겠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법무부는 올해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플로리다가 이달 초 무자격 유권자를 걸러내려 투표인 명부를 점검하기 시작하자 투표에서의 인종 차별 관행을 뿌리 뽑고자 1965년 제정한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날 연방법원에 적법성 판단을 묻겠다고 밝혔다.
또 잠재적 무자격자를 걸러내는 이 절차가 법무부에 의해 검토된 사안이 아니며 플로리다주 5개 카운티가 과거 투표에서의 차별 경력 때문에 아직 법에 묶여 있어서 투표 절차를 바꾸려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오류투성이인 자체 기록에 의존해 무자격 여부를 마구잡이로 조사한다고 지적했다.
스캇 주지사는 국토안보부가 시민권자 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이민 데이터베이스 접근을 9개월간 막았다고 주장하고 이 자료를 볼 수 있게 행정부를 상대로 이날 소송을 걸었다.
그는 작년에도 18만2천명의 투표 등록자가 시민권자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플로리다가 2000년 대선을 좌지우지했듯이 가장 치열한 접전지가 될 공산이 큰 상황에서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을 도와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스캇 주지사는 "당파를 초월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나는 우리 경기에 우리 국민이 참가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미국적이다. 모든 국민이 투표하기를 원하지만, 비시민권자는 제외"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 히스패닉 시민단체와 시민권을 따낸 두 시민도 플로리다주를 고소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