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집회 질서 위반 처벌 강화 법률안이 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종 채택됐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사법시스템 발전 회의에 참석해 집회 질서 위반자에 대한 벌금을 150배 인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집회 질서 위반 처벌 강화 법률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법관들에게 새로 채택된 법률을 면밀히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푸틴은 "만일 의원들이 무언가를 다 고려하지 못했음이 드러나면 의원들에게 이를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며 법률 보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날 대통령 서명으로 채택된 새 법률은 지금까지 2천 루블(약 7만 원)이던 집회 질서 위반 개인에 대한 벌금을 30만 루블(약 1천60만 원)로 올렸다.
집회 질서를 위반한 공인의 벌금은 기존 5만 루블에서 60만 루블로 늘어났다.
법률은 또 집회 질서 위반자에 대한 새로운 처벌로 강제근로제도 도입했다.
위반자에게 직장 근무나 학업 후 하루 4시간씩 전체 20~200시간의 강제근로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집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거나 술에 취해 집회에 참가하는 것, 무기 및 보호장비ㆍ발화성 물질이나 폭발물, 술 등을 지참하는 것 등도 금지했다.
지난달 초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의원들이 발의해 같은 달 22일 하원 1차 독회(심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이달 5일 하루 만에 2, 3차 독회도 속성으로 통과했고 이튿날 상원 승인을 거쳐 대통령 서명 절차로 넘겨졌다.
대통령 서명을 거친 법률은 9일 현지 관보에 실리면서 곧바로 발효된다.
여당과 정부는 대다수 선진국에서도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는 보장하지만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처벌을 가하고 있다며 새 법률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새 법률이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야권의 반(反) 푸틴 시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방안의 하나라고 해석하고 있다.
야권은 새 법률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일부에선 푸틴 대통령이 이같은 야권의 비판을 고려,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이같은 기대는 빗나갔다.
채택된 법률은 12일 야권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反 푸틴 시위 때부터 적용되게 됐다.
야권은 러시아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것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날'인 이날 모스크바 시내 북쪽 푸슈킨 광장에서 사하로프 대로에 이르는 구간에서 5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가두 행진과 집회를 열 예정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