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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인, 지금 행복하나요?

한국, OECD 행복지수 2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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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이든 일본이든 어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행복은 환경이나 다른 사람 혹은 돈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스스로 평온하게 지낼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으로 국내에도 꽤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승려이자 작가 ‘고이케 류노스케’의 책 ‘버리고 사는 연습’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그렇습니다. ‘행복’ 자체는 형체도 없고, 계량화 할 수도 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 나라 대부분 언론이 쓴 ‘행복지수’라는 용어는 정확한 우리말 표현은 아닙니다. OECD가 내놓은 연례 보고서의 원래 제목은 ‘better life index’ 입니다.  OECD는 다른 말로 ‘wellbeing index’라는 표현도 씁니다. ‘더 나은 삶 지수’, ‘살 만한 사회 지수’ 등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는 이 말을 그래도 좀 더 ‘피부에 와닿게’ 하기 위해 국내 대부분 언론은 ‘행복지수’라고 표현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 5월 23일 SBS 보도는 “여기”(

https://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201530

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사회의 격’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그럼, 대체 한 나라의 ‘삶의 질’, 이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점수를 매기고, 순위까지 낼 수 있을까요. OECD는 11개 기준을 세웠습니다. 주거(housing), 소득(income), 고용(jobs), 공동체(community), 교육(education), 환경(environment), 시민참여(civic engagement), 건강(health), 삶의 만족도(life satisfaction), 안전(safety),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 이 그 항목들입니다. 이 11개 항목은 다시 두 세 가지의 구체적인 세부 항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OECD는 이 11개 항목을 바탕으로 34개 회원국에 브라질과 러시아를 더해 36개 나라의 ‘삶의 질’을 조사했습니다.

이 자료가 발표된 5월 23일, 대부분 언론들은 ‘1등은 호주’ 혹은 ‘한국은 24위’ 라는 제목으로 간단히 기사를 다뤘습니다. SBS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아, 호주 잘 사나 보구나”, “우리는 그냥 그렇네.” 하고 넘어가기엔 세부적으로 걸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기사에서는 시간 제한 때문에 다 쓸 수 없었지만, 그 자세한 얘기를 여기서 좀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의 ‘삶의 질’은 종합 36개 나라 중 24위입니다. 어떠신가요?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가요, 낮은가요?  항목별로 한 번 볼까요. 먼저 ‘소득’은 26위. 우리가 예전보다는 많이 잘 산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부자 나라’되기는 먼 것 같습니다. OECD는 “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돈은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높은 경제적 부는 질 높은 교육, 건강관리, 주거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1위는 미국, 2위 룩셈부르크, 3위 스위스 순이었고, 이런 순위 나오면 우리가 늘 궁금해 하는 일본은 6위로 상위권입니다. 한국과 순위가 비슷한 나라로는 슬로베니아, 체코 등이 있습니다.

‘주거’ 부문에서는 한국이 22위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주거 비용’ 항목에서는 세계 2위입니다. 이러니 인생의 상당기간을 ‘집값’ 버느라 일하게 되는구나 싶습니다. 세계 1위는 어디냐고요? 러시아입니다. ‘직업’ 부문에서는 최하위권, 28위입니다. 특히 ‘직업 안정성’ 항목에서는 한국이 36개 나라 중 꼴찌로 나타났습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 부문에서도 한국은 33위, 초라한 순위입니다. 일본도 우리랑 나란히 34위에 올랐네요. 일하는 시간은 긴데(한국인은 연평균 2천 193시간을 일합니다. OECD 평균은 천 749시간.) 여가에 투자하는 시간은 짧을수록 순위가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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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공동체’ 부문의 순위가 충격적이었습니다. 끝에서 두 번째, 35위입니다. ‘공동체 부문’은 평가 항목이 한 가지입니다 – Quality of support network.  서로 도와주는 사회적 관계의 질을 평가한 것인데요 명확한 한국어 표현을 찾기가 힘드네요. OECD는 봉사 활동을 하는 시간, 외국인처럼 낯선 사람을 돕는 것,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변에서 감정적/물리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직장을 구하거나 필요한 게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관계가 있는지 등을 측정했다고 합니다. ‘정’을 강조하는 한국인이지만, 정작 이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겁니다.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활발해진다면, 상황이 악화돼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게 되는 확률을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한국은 이 밖에도 물과 공기 같은 환경 부문에서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왜 순위가 낮은 것만 강조했냐고요? 한국이 높은 점수를 받은 부문도 있습니다. ‘교육’ 부문에서는 7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는 핀란드, 2위 일본, 3위 스웨덴, 4위 폴란드, 5위 에스토니아, 6위 뉴질랜드)  한국이 7위를 한 데에는 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조사’(PISA) 점수 덕이 큰데요, 한국 학생들의 국어,수학,과학 점수가 핀란드에 이어 2위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엄청난 시간을 학과 공부에 쏟아붓고 또 굉장한 사교육비를 지불하고서 얻은 점수인만큼, 저는 영 씁쓸합니다.

한국의 순위가 비교적 양호한 또 하나의 항목은 ‘삶에 대한 만족도’입니다. 한국은 16위로 중간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인은 ‘스스로 삶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10점 만점에 평균적으로 7점을 매겼다고 합니다. 앞서 다른 객관적 지표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한국이, 그래도 주관적 지표에서는 비교적 낮지 않은 점수를 받은 건, 글쎄요 한국인의 긍정적인 면모가 발휘된 것일까요…

저는 이번 OECD의 자료를 보면서 지난 해 가을 했던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미래한국리포트’라고 사회적 의제를 정해 포럼을 여는 SBS의 연례행사인데요, 마친 지난 해 주제가 ‘사회의 질’이었습니다. 당시 인터뷰했던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이, 사회에도 ‘격’이 있다, 이를 ‘사회의 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사회의 질이 높아지지 않고는 GDP를 높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유럽의 선진국들은 지금 우리의 국민소득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던 1만 달러 시대에 이미 높은 사회의 질을 갖추었고, 품격 있는 사회는 ‘성장’으로 이어지는 토대가 됐다”고 말합니다. ‘높은 삶의 질’이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되고, 성장이 다시 ‘삶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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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www.oecdbetterlifeindex.org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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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현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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