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벌어지는 국제분쟁의 해결 장치인 유엔 해양법 협약 비준문제가 다시 미국내에서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해 유엔 해양법 협약의 조속한 상원 비준을 촉구했다.
함께 청문회에 참석한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날 청문회를 주최한 존 케리(민주.매사추세츠) 외교위원장은 유엔 해양법 협약 비준 옹호론자이다.
케리 위원장이 만들어 놓은 무대에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나서 유엔 해양법 비준 공론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새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다수 상원 의원들이 비준을 반대하고 있는데다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어 비준이 여의치는 않을 전망이다.
유엔 해양법 비준 논란은 이 협약이 만들어진 때부터 30년동안 미국내에서 논쟁이 있어온 해묵은 사안이다.
국제적으로 해양과 그 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면서 국제사회는 협의를 거쳐 1982년 199개국이 가입, 67개국의 비준을 거쳐 1994년부터 발효됐다.
이 협약은 12해리의 영해, 200해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국제해협과 군도 수역에서의 특수한 통항제도, 심해저 광물 자원개발 등을 둘러싼 영유권과 국제분쟁 해결제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협약 채택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수용을 거부했고, 미국내 비준도 지연됐다.
미국의 국가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영해 및 배타적 경제수역 기준이나 통항 허가 제도 등은 미 상선이나 군함의 운항을 제한할 수 있고, 잠수함 등의 정찰활동도 규제될 수 있다는 안보적 이유, 자유시장 및 경쟁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경제적 이유도 반대의 근거였다.
한마디로 미국이 향유하고 있는 해양 우위, 기득권이 해양법 협약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었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심지어 공화당인 조지 부시 행정부때도 비준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 장벽을 넘지 못했다.
케리 위원장은 미국의 가스.석유 및 광물회사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협약에 큰 이해를 갖고 있다며 "조속히 협약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자원 관련 기업들이 국제규범에 따라 경제활동을 더 넓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클린턴 장관은 청문회에서 연내 비준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의 국익은 해양에 밀접히 연결돼 있다"며 "해양법 협약 가입을 통해 미국보다 더 큰 이익을 얻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해양법의 항해 자유 조항이나 해저 광물자원 개발 조항 등으로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래스카 북부해안에서부터 북극까지 대륙붕이 600마일에 달한다"며 미국 연안의 해저 광물자원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레이건 행정부때부터 반대론자들이 주장한 국가안보 침해, 해양 군사활동 제한 주장 등에 맞서기 위해 이날 청문회에 나선 군 수뇌부들은 "해양법은 국가안보에 부합한다"고 대응했다.
뎀프시 의장은 "우리가 협약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제법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특히 미국은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유일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유일한 북극해 연안 국가"라며 "중요한 국제적 안보활동의 연합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이 협약이 미국의 주권을 제한하는 요소가 있다며 비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화당의 제임스 인호페(오클라호마) 상원의원은 "미국의 주권을 확실히 해야 하며, 비토권도 확고히할 필요가 있다"며 수정이 없이는 비준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의회 주변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선거전에 무리하게 행정부와 민주당이 협약 비준안을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