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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랑드 정부 첫 내각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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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이나 학생 등의 신분으로 프랑스에서 살다 보면, 보수 우파 보다는 사회당의 정책에 조금이라도 더 우호적으로 되기가 쉽습니다. 전임 니콜라스 대통령 시절에는 불법 이민자 단속만 심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비자 발급과 체류 허가 등 모든 측면에서 외국인들이 불이익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난 프랑스 대선 당시 투표권은 없지만 마음 속으로 올랑드의 당선을 바랐던 분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저도 그 중에 하나였고요. 그런데 기자라는 직업병 때문일까요? 일단 사회당 정부가 출범하고 나니까 감시자로서의 시각이 생기게 되는군요.

우리 언론에서도 각광을 받았던 올랑드 정부의 첫 내각 구성문제가 그랬습니다. 내각의 50%를 여성으로 채우고, 장관들의 급여를 30% 삭감한 것은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장관의 절반이 여자인 경우는 처음이고, 또 긴축으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솔선해서 파격적으로 급여를 삭감한 것 역시 박수 받을 만한 일이기 때문이겠죠. 프랑스 내에서도 발표 직후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반응이 4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대선 당시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50% 여성 장관 임명은 대단히 혁신적인 조치임에 분명합니다. 우리보다야 낫겠지만, 프랑스 역시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과 직급 차별이 여전한 나라입니다. 하원 의원 중에서도 여성의 비율은 24%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관의 50%를 여자로 채웠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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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분명한 한계는 있었습니다. 크리스틴 토비라 법무장관을 제외하면 주요부처(외무, 내무, 국방, 재무, 산업)의 장관은 모두 남자였습니다. 그리고 이민자와 소수민족 출신을 배려하는데 있어서도 남녀가 달랐습니다. 17명의 남자 장관 가운데는 과들루프 출신의 해외영토 장관 빅토르 뤼렐과 알제리 출신의 재향 군인 장관 카데 아리프 등 두 명이 유색인종인데, 맡은 역할이 주변부라고 밖에 할 수 없어 보입니다. 반면 여성 장관 17명 가운데서는 4명이 유색인종입니다. 크리스틴 토비라 법무장관은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이고, 화려한 외모로 각광받는 나자 발로-벨카셈 여성인권 장관 겸 정부 대변인은 모로코 출신입니다. 또 죠르주 포-랑주뱅 교육 성공 담당 장관은 과들루프 출신이고, 많이 알려졌듯이 중소기업 • 디지털 경제 담당 장관인 플뢰르 펠르랭은 한국계 입양인입니다. 여성 장관들을 이용해 이민자와 소수 민족 배려의 모양새를 갖춘 것입니다.

장관 임금 30% 삭감 관련 이슈에서는 그 이면에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2007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15명의 장관으로 첫 내각을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올랑드 대통령의 첫 내각은 34명입니다. 15명에서 34명으로 숫자가 늘어나면, 임금을 30% 깍는다고 하더라도 단순 계산상 전체 예산이 사르코지 내각보다 58%나 많아지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우파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좌파는 국가 역할의 증대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34명이라는 장관 숫자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가지, 이번 내각 구성은 예산이 늘어나는 만큼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6월 총선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번 총선에서도 사회당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총리부터 내각 구성까지 다수당에게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거대 내각 출범은 6월 총선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장관으로 임명된 34명 중에 25명이 총선에 출마하기 때문입니다. 장관 타이틀을 달고 출마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보다 더 유리한 것은 우리가 프랑스나 마찬가지겠죠.

지나치게 삐딱하게만 바라본 것일까요? 그렇지만 이런 불편한 진실이 한편에 가려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랑드 정부의 첫 내각 구성이 신선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만큼 기대를 가질 만도 하고요. 다만, 파퓰리즘의 오류로 빠지지 않도록 프랑스 언론인들의 감시가 철저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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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상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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