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미국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이자 2008년에는 대선 후보 경선에도 나섰던 존 에드워즈를 TV에서 다시 만났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들의 지지선언이 이어지고 이런 저런 이슈에 대해 저마다 앞다퉈 자신을 드러내는 '정치의 계절'이다 보니 '그도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모처럼 모습을 드러낸 곳은 재판정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모습에서 자신만만했던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잘 생긴 외모만큼은 예전 그대로 였지만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무표정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에드워즈는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 속에 재판정에 들어서면서 그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도 그럴것이 그는 지금 머지않아 감옥에 가야 할 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여 있다. 정치를 일컬어 감옥의 담장위를 걷는 직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에드워즈 만큼 최고의 순간에서 벼랑끝으로 떨어진 사람도 많지 않다. 에드워즈가 정치에 뛰어든 건 지난 1998년, 그의 나이 45세때였다. 잘 나가는 변호사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은 뒤 노스캐롤라이나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그로부터 6년 뒤에는 부통령 후보가 되었고 또 4년 뒤에는 대선 후보로까지 나서게 됐으니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인생에서 거칠 것은 없었다. 영화배우 뺨치는 잘 생긴 외모에 변호사출신 다운 화려한 언변 그리고 단란한 가정까지 가진 그가 미국인들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데는 결코 긴 시간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집안에서 대학졸업생이 처음일 정도로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유명 변호사에서 미국 정계의 총아로 수직 상승한 성공 스토리까지 그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지난 98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힐러리 클린턴과 오바마, 그리고 에드워즈가 황금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공화당 부시 행정부의 8년 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터라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점치는 분석들이 대세를 이뤘다. 이때만 해도 에드워즈는 어쩌면 머지않아 백악관에 입성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에 정점을 찍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당시 노스캐롤라이나 법대 선배였던 아내 엘리자베스는 암투병 중이었다. 불행한 일이기는 하지만 , 선거에 나선 정치인에게 이 역시 나쁜 조건은 아니었을지 모른다.완벽한 사람에게서 느낄수 밖에 없는 막연한 거리감을 상쇄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자신감이 지나쳤던 탓일까? 에드워즈는 이 순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일생일대의 실수를 하고 만다.
선거 캠프의 비디오 촬영기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딸까지 낳았다는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일어났다. 그가 미국 정계의 아이콘에서 추악한 배신자로 추락하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앗다. 당황했던 탓일까? 게다가 그는 결코 빠져나올수 없는 거짓말의 사슬속으로 자신을 밀어넣고 만다. 불륜관계가 들통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지지자로부터 100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아 불륜녀와 자녀의 생활비로 써버렸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치명타는 부하에게 이 모든 것이 자신이 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가족을 배신한 배신자에 거짓말장이라는 수식어까지 더해지는 순간 에드워즈가 갈 곳은 더 이상 없었다.
에드워즈는 지금 내연녀와 가족의 생활비로 써버린 100만달러에 대해 선거 기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제 한달여 뒤면 최종 평결이 내려질 것이다. 그를 기부법 위반혐의로 기소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는 만큼 무죄 평결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설혹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가 4년전의 에드워즈로 돌아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 가장 극적으로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본 사람으로서 일반인들에게 교훈이 되는 새로운 인생을 열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에게 씌워진 거짓말장이라는 멍에를 쉽게 벗어버리기는 힘들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