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한식 프랜차이즈의 원조격인 '놀부보쌈'이 외국계 사모펀드 모건스탠리PE(모건스탠리 계열 사모펀드 프라이빗에쿼티 아시아)에 인수됐을 때 시장에서는 적잖게 놀라는 반응이 많았다. M&A 가 활성화돼있지 않는 국내 외식업계에서 토종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외국자본에 인수되는 경우도 처음인데다가, 왜 외국계 사모펀드가 대단히 한국적인 음식업에 관심을 가질까? 그리고 또 놀부는 왜 외국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을까? 등의 의문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모건스탠리PE가 추가로 국내에서 잘 알려진 유망 프랜차이즈 2~3곳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를 접했다. 기사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맥주전문점 '와바'와 고기 파는 '새마을식당' 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측은 "아직은 구체적으로 투자를 검토한 단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국내 외식업체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모건스탠리PE가 놀부NBG를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지분인수를 했을 때, 과연 토종 외식브랜드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냐, 아니면 사모펀드의 특성상 기업의 영속성보다 기업 가치를 단기간 끌어올리고 매물로 다시 내놓을 것이냐 등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론스타' 등 과거 학습효과 때문에 외국계 사모펀드를 '먹튀'에 혈안이 된 투기자본으로 인식하고 있는 불편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토종기업이 투기자본에 먹혔다는 것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도 등장했다.
놀부NBG 김순진 회장은 1987년 신림동에 5평짜리 보쌈가게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가게가 인기를 끌자 1898년 놀부보쌈 브랜드로 첫 가맹점 개설했고, 현재 놀부보쌈, 놀부부대찌개, 수라온 등 다수의 브랜드, 700여개에 달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113억, 영업이익 80억 원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고, 굳이 위기에 직면한 것도 아닌데 왜 모건스탠리 쪽에 지분을 넘긴 것일까.
김순진 회장은 "한식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 대비 효율이 크지 않은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가진 파트너가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평소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건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으니, 결국 자금을 모을 방법은 M&A 밖에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업 간 M&A의 경우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편입되는 형태로 나타나고 경영권이나 구조조정 측면에 있어 불리해지는 측면이 있어, 지분만 넘기고 경영권은 보장하는 사모펀드를 선택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그렇다면 왜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걸까? 실제로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외식업이나 식음료 업에 투자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지난해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풀무원식품에 1000억 원을 투자했고, 2011년 10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은 일본 최대 레스토랑 체인인 '스카이락'을 약 2600만엔에 인수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PEF로 꼽히는 KKR은 국내에서 2009년에 OB맥주 인수 외에도 인도 최대 커피전문점 커피데이, 미국 델몬트도 인수한 경험이 있다. 또 워버그 핀커스라는 사모펀드도 영국 내 버거킹, 피자헛, 스타벅스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암웨스트에 투자했다.
장래 성장가능성, 그러니까 투자 후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하는데 관심이 많은 사모펀드들이 외식업에 투자하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수 있을까? 외식업이 단기간에 아주 급성장하는 업종이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의 결정 이유엔 미래 성장률 뿐 아니라 현재 지속적으로 꾸준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게 중요한데 외식업종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외식업종, 그러니까 먹는 장사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사업성이 검증돼 소비자 입맛에 맞는다고 판단되면 안정적 매출이 가능하다. 꾸준한 현금 창출력을 갖고 있다는 장점이 그것이다. 또 투자대비 수익률은 대외 악재, 유가나 환율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먹는 업종'이라는 특성상 일단 자리매김에 성공하면 안정된 현금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가 작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런 측면에서 무조건 외국 사모펀드 토종 프랜차이즈 인수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일자리 만들고, 세금 꼬박꼬박 낸다면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얼마나 기업의 계속 가치를 높여나가는데 힘을 쓰는지는 꾸준히 지켜볼 문제다.
이번 MB 정부 들어 '한식의 세계화'를 다방면에서 추진해왔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걸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그러니까 경제성을 아직 확보했다고 말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여전히 아시아 음식 하면 일본, 태국, 중국 음식이 대표적인 메뉴로 자리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외국계 사모펀드의 토종 외식프랜차이즈 지분인수가 한식의 세계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물론 수익 실현이 우선적인 목표가 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중장기적인 성격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건스탠리PE가 놀부를 인수하면서 “놀부의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힌 것처럼, 외국계사모펀드와 국내 경영진이 합심해서 해외 시장 개척에 발판을 마련하는 사례를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