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목련, 튤립…꽃가루 알레르기 일으키지 않는다.
SBS가 목동에 있다보니 여의도를 지날 일이 많습니다. 벚꽃 축제기간, 눈처럼 날리는 꽃잎과 아름다운 사람들, 지나면서 본 것이지만 그것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윤중로 뿐만 아니라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도 벚꽃, 목련, 개나리가 자신의 존재를 제법 잘 알리고 있습니다. 요즘 정말 꽃이 한창입니다. 4, 5, 6월은 벚꽃, 개나리, 목련, 튤립 같은 꽃들을 한껏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목련에 흔들리곤 했습니다. 하얀 목련은 제게 그렇게 얌전하게만 살지 말라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지는 목련이 그랬습니다. 4, 5, 6월은 꽃가루 알레르기가 극성을 부리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으면 이런 봄이 고통스런 기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벚꽃, 개나리, 목련은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봄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나무는 자작나무, 오리나무, 참나무, 소나무입니다. 이들 꽃나무도 4월 초에 피기 시작해 5, 6월에 절정을 이룹니다. 주로 계곡과 산에서 꽃을 피우지만 아주 작고 가벼운 꽃가루는 멀리 날아가 도심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측정됩니다.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천식, 접촉성 피부염 일으키는 꽃가루
꽃가루는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천식을 일으킬 수 있고, 최근에는 논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접촉성 피부염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유병률이 계산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알레르기 비염의 유병률이 30%정도인 점으로 미루어 볼때 알레르기 질환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질병에 비해 결코 비중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비염과 알레르기 비염, 그리고 알레르기 비염 중에서도 진드기 원인과 꽃가루 원인은 잘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만으로는 감별이 어렵습니다. 병원에서 피부 검사와 혈액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그래도 패턴으로 어느 정도는 단서를 잡아볼 수 있습니다. 증세가 1~2주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기간이라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고, 1~2개월 혹은 1년 내내 지속된다면 알레르기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1년 내내 그런거라면 알레르기 원인이 진드기일 가능성이 높고, 특정 계절마다 그런거면 그 계절에 유행하는 꽃가루 알레르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는 건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치료하느냐 아니면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느냐, 같은 알레르기라도 진드기를 피하느냐, 꽃가루를 피하느냐의 문제인 겁니다. 진드기 때문이면 봄철 꽃구경이 도움이 됩니다. 진드기는 주로 집안 의류나 침구류에 많으니까요. 반대로 꽃가루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으신 분은 알레르기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 꽃구경은 증세를 악화시킵니다.
꽃가루…태아에도 영향 준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모든 알레르기가 그렇듯 한 가족에서 대대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다고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생가설로 일정 부분 설명하기도 합니다. 어릴 적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면 면역시스템이 고르게 발달하지 못하고, 어떤 특정 부분만 과도하게 발달한 탓이라는 겁니다. 알레르기는 특정 물질에 대해 면역시스템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하니까 위생가설은 이런 점에서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유전자, 위생가설 외에 다른 요인도 밝혀진 게 있습니다. 임신기간 중에 엄마가 들이 마신 꽃가루입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의대가 연구한 것인데, 임신기간동안 많은 양의 꽃가루에 노출되면, 그 아이가 4살 쯤 됐을 때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과 결막염에 걸릴 위험도가 40% 더 높아졌고, 꽃가루 알레르기 천식에 걸릴 위험도는 50% 더 높아졌습니다. 연구팀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엄마에게서 먼저 꽃가루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고, 이 반응이 태아의 면역세포에 영향을 줍니다. 태아의 면역세포가 꽃가루에 대해서 과민방을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된다는 겁니다. 또 꽃가루는 입자가 매우 작아서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직접 전달되기도 하는데, 22주 이상된 태아는 면역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태아에게 전달된 꽃가루가 직접 태아의 면역세포에 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용어로는 감작이라고 하는데, 태아때 꽃가루에 감작되면 4살 쯤 됐을 때 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리기 쉽다는 겁니다. 이 스웨덴 연구는 우리나라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인 자작자무 꽃가루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스웨덴에서도 자작나무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 원인이라 그런 것이겠지만, 이 이유 때문에 이 스웨덴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임신부.. 꽃구경 안되나?
임신 6개월 중인 한 임신부에게 '꽃가루가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을 했더니 다시는 꽃구경 다니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임신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태아의 건강입니다. 이때문에 꽃가루가 태아에 영향을 준다는 보도가 나가고 나면 모든 꽃 축제에서 임신부들을 더 이상 찾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벚꽃, 개나리꽃, 튜울립처럼 축제의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꽃은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다만, 이 기간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의 꽃가루 농도가 같이 높아지는 게 문제인 거죠. 정확히 말해 이 기간동안 외출하는 것이 아이의 알레르기 위험성을 높이는 일이지 꽃 축제 참여 자체가 문제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임신부는 4-6월 사이에는 외출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 그것도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홈 페이지에를 통해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를 매일 지역별로 예보 하고 있습니다. 이 예보를 보고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만 외출을 피하면 됩니다. 스웨덴 연구 결과도 임신부가 많은 양의 꽃가루를 마셨을 경우에 도출된 결과입니다.
알레르기…시간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알레르기 질환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알레르기봄철 각결막염은 결막이 부풀어 올라서 덩어리를 만들고, 이 덩어리가 각막을 손상시켜서 난시를 만들거나 시력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안약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래도 잘 듣지 않는다면 수술치료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결막염보다 가려운 증세가 더 심한게 특징입니다. 아이들이 평소보다 더 자주 눈을 비비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면, 바로 의심하는 게 좋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에 관한 연구도 최근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알레르기 비염을 오래 앓다보면, 이 염증 반응이 후각신경을 손상시켜서 냄새맡는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결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비염이 나아서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냄새에 무뎌질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