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만큼 북한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은 위성 관련 뉴스를 연일 주요뉴스로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이미 요격 준비 태세를 갖추고 비상 대기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일본의 북한 로켓 요격 시나리오, 정확히 표현하면 ‘북한 로켓의 파편’을 요격하는 대책은 크게 2단계입니다. 1단계로 해상에 배치된 이지스함에서 대기권 밖에서 떨어지는 파편을 요격하고, 1단계가 실패하면 지대공 미사일인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인 ‘PAC3’로 요격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이지스함 세 척을 북한의 로켓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키나와 근처 바다 등에 배치했고,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오키나와와 수도권 등 7곳에 배치를 끝낸 상태입니다.
일본 정부의 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대한 일본 언론의 관심은 높습니다. 요격 명령을 의미하는 이른바 ‘파괴조치명령’이 언제 내려질까 초미의 관심사였고, 명령에 따라 이지스함이 출항하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될 때마다 움직임이 신속하게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뉴스시간에 군사 전문가들이 나와 어떻게 요격하겠다는 것인지, 상세하게 해설도 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격 가능성은 어떨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본 언론이나 전문가들 대부분이 회의적입니다. 하나같이 희박하다고 말합니다. “로켓 자체를 요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낮지만, 파편을 요격하는 가능성은 훨씬 낮다”라는 것이 일치된 의견입니다. “확률이 상당히 낮다”라고 말하지만, 극단을 피하는 일본의 화법에 비춰볼 때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요격할 수 있는 것은 로켓이 아니라 파편인데, 파편이 포물선의 정점에 이른 뒤 낙하하기 시작하면 그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가속도가 붙으면서 속도도 엄청 빨라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사정거리가 20km로 알려진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도 사실상 머리 바로 위에서 떨어지는 목표만 타격할 수 있다며,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또 로켓의 파편이 일본 국토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전문가들이 대부분입니다. 로켓의 경로에 자리잡은 일본의 영토는 오키나와인데, 면적으로 볼 때 이곳으로 떨어질 확률이 상당히 낮고 또 파편이 생겨 떨어진다고 해고 대기권 돌입으로 거의 타버려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지적합니다. 심지어 일본 후지무라 관방장관과 방위성 간부조차 “일본 영해와 영토에 로켓 본체와 부품이 떨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로켓 파편이 떨어질 확률도 또 요격할 확률도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데 일본 정부는 왜 미사일 요격시스템에 열을 올리는 걸까요? 우리에게는 그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지만, 일본 주요 언론들은 굳이 그 점을 건드리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너무 속이 보이기 때문인지 군사 전문가들과 일부 진보성향의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의 의도가 다른 곳에 있다고 솔직히 인정합니다. 좋게 표현하면 ‘일본의 방위 강화’, 더 정확하게는 군비확충의 좋은 구실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북한의 로켓 발사의 위험 정도를 과장해 국민의 안전과 재산권 보호라는 명분 아래, 각종 군사적 움직임을 시험하고 강화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노골적인 조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의 로켓 궤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도쿄 중심부의 방위성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한 것입니다. 혹시 로켓이 강풍에 밀려 궤도가 바뀌어 도쿄로 떨어질 리도 없는데, 방위성을 비롯해 수도권에 3기나 배치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대국민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입니다.
또 요격과는 상관없는 자위대원 7백여 명이 오키나와 주변 섬에 파견된 것도 이상합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전력입니다. 위성이 날아가는 하늘을 향해 총이나 대포를 쏠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보수적인 일본 요미우리신문조차 이렇게 대규모 자위대 부대를 배치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 주변의 군사력 강화와 상관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 정부가 북한 로켓 대응과 관련해 ‘속이 뻔히 보이게’ 무장을 강화하는 것을 보면서 속이 쓰렸습니다. 일본의 우익과 군부가 신나하며 쾌재를 부르는 모습이 연상돼, 영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 모양새로 볼 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또 다른 군비확장을 서두를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실제 이번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경우 지난 1998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계기가 돼, 무려 1조 엔을 들여 구축한 것입니다.
또 보수 우익들의 정치적 움직임도 더 탄력을 받을 것이 확실합니다. 실제 민자당을 비롯해 우익들은 평화헌법을 바꿔서 ‘자위대’가 아닌 ‘자위군’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상태입니다.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같은 우익 성향의 대중영합 정치인들도 이런 분위기를 결코 놓치지 않고 대중을 선동하는 주요 이슈로 삼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악의 불경기와 대지진으로 잔뜩 위축된 일본인들이 과연 현명하게 이런 유혹과 자극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참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