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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만성통증 220만 명…방치했다간 뇌까지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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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상현이가 집에 오면 간식을 챙겨 주는 것도, 산책을 같이 가는 것도 아빠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가끔 아빠가 계시지 않을 때가 있지만 이젠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 다음 날이면 보통은 다시 돌아오시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집에 안 계시면 그건 아빠가 병원 응급실에 있는 겁니다. 응급실에서 보통 하룻밤을 보냅니다. 한 상 가득한 진통제를 매일 드시는데도 가끔은 그걸로도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복잡부위통증 증후군, 에어콘 바람만 닿아도 아픈 아빠의 왼손에 붙여진 진단명입니다. 아빠의 오른손만 잡을 수 있게 된 것도 벌써 10년째입니다. 복잡부위통증 증후군 환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용우 씨의 이야기입니다.

올해 48세 된 한 주부는 2년 전부터 어깨, 허리, 등이 아팠습니다. 당시에는 딸이 고등학교 3학년, 고3 뒷바라지 하는 엄마들이 으례 그러겠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게다가 '양쪽 갈비뼈 부근을 손톱으로 강하게 긁는 것'같은 날카로운 통증이 새롭게 생겼습니다. 병원에서 X-ray도 찍어보고 비싼 MRI 검사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별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남편은 '꾀병'을 의심했고, 심한 우울증까지 겹쳐 이대로는 못살겠다 싶었는데, 최근에야 병명을 알았습니다. 섬유근통이었습니다.

섬유근통, 복잡부위 증후군, 원인 알 수 없는 요통… 만성 통증의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이런 만성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10년 기준 220만 명을 넘었습니다. 만성통증은 각종 검사에 정상이어야 진단을 붙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예전에는 병원에서도 꾀병으로 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만성 통증을 꾀병으로 보는 의사는 없습니다. 장애진단서까지 발급할 수 있는 정식 병명입니다.

이런 만성 통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은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손, 발 그리고 몸 부위에서 일정 크기 이상의 자극을 받으면 피부 속에 있는 통각세포가 이를 감지해 전기적 신호로 중추신경인 척수에 보냅니다. 목 척추뼈 안에 있는 척수에는 온 몸 구석구석에서 오는 통증을 받아서 뇌로 전달하는 부위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반복된 통증은 스트레스로 작용해 척수에서 통증 신호를 받는 부위를 파괴 시킵니다. 동물 실험으로 입증된 사실인데, 만성 통증에 걸린 쥐는 정상 쥐보다 척수신경의 두깨가 1/3로 줄어들었습니다. 반복된 통증 스트레스를 받은 척수의 신경세포가 파괴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척수 자체에서 통증 신호가 발생합니다. 이걸 악성 통증이라고 하는데, 손, 발, 그리고 몸에 통증 자극이 없는 데도 극심한 아픔이 느껴지는 겁니다. 그런데 통증이 얼마나 지속되면 이렇게 척수가 파괴되어 악성통증으로 바뀌느냐? 사람마다 차이는 있습니다만, 강한 통증이 시작된 지 3개월 후 부터 척수가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대한 통증의학회 조사결과, 우리나라 만성 통증 환자가 진단을 받아 치료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6개월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악성 통증 환자가 많은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캐나다 맥길 의대와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만성 통증 환자의 뇌를 MRI로 찍어 조사해봤더니, 보통 사람의 뇌는 일년에 1.1cm³씩 줄어들었는데, 만성 통증 환자는 1년에 3.7cm³씩 줄었습니다. 그 결과 만성 통증을 10년 이상 앓게 되면 나이에 비해 9.5배나 빠른 속도로 뇌의 회백질이 축소됐습니다. 앞서 말단 부위의 만성 통증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척수신경을 파괴 한다고 했는데, 이 스트레스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통증의 최종 도달지점인 뇌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 만성 통증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쉽지는 않습니다만, 복잡부위 통증증후군에 대해서는 여러 통계적 방법으로 관련 요안들을 네덜란드 라이든 의과대학이 연구해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골절이 45% 관련성이 있었고, 우리가 흔히 삐었다고 표현하는 염좌가 18%, 그리고 수술이 12% 관련 있었습니다.

뼈가 부러지거나 삐면 깁스를 하게 되니까 깁스와 관련된 것이 절반 이상이 되는 겁니다. 이 때문에 깁스를 하고 있는 동안 계속 아프거나 비정상적인 통증이 있으면 즉시 깁스를 풀고 손이 붓지 않았는지, 온도가 떨어지거나 혹은 더 높아지는지를 살펴봐서 그렇다면 즉시 통증 치료를 해야 합니다. 또 몸 부위의 18곳을 눌렀을 때 11곳 이상 심한 통증이 생기면 진단할 수 있는 섬유근통은 스트레스가 주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를 병행해서 스트레스를 줄여 봤더니 효과가 급속히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는 모든 만성 통증 환자의 원인이거나 악화 요인입니다. 특히 잠을 잘 자는 것은 염증 반응을 가라앉혀 통증을 가볍게 만듭니다. 하지만 통증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특히 잠을 잘 자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듭니다. 통증 의사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그리고 여러 환자들과 함께 해야 좀 덜 어렵게 통증을 감당해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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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찬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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