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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재벌가 땅투기…'처녀가 애를 낳아도 이유가 있다더니'

투자와 투기, 그 모호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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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층의 땅 투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들 귀가 닳도록 들어본 내용이죠. 땅 투기는 나쁘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왜 나쁜지는 조목조목 설명 못해도, 일단 땅 투기가 좋다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대선, 총선에 나온 후보가 "투기를 권장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보셨습니까.

하지만 다들 목청껏 비난하면서도, 다들 여력이 된다면 한 번 쯤 해보고 싶어하지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사람보다는, 그만한 돈이 없어 못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요. 아닌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솔직히.

평창으로 향하는 3시간.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투기가 왜 잘못인가? 아니, 투기라는 게 대체 뭔가? "내 돈 가지고 내가 쓴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입니까?"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무슨 질문을 해야 할까? 과연 내 지적과 비판은 정당한 것일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취재 전에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예상되는 답변이 뻔했으니까요. "이건 투기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기자님, 대체 뭐가 문제죠?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일단 둘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 투자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

*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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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또는 그 일

2.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얻기 위하여 하는 매매 거래.

하지만 사전적인 의미만 가지고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혹자는 "노력을 들이면 투자고, 아니면 투기"라거나, "길게 보고 하면 투자고 단기간에 하면 투기"라거나, "내 돈으로 하면 투자고 남의 돈으로 하면 투기"라고 설명하더군요. 재미있는 해석입니다만 이 역시 명쾌하지는 않습니다. 노력을 이유로 들자니 주식이 떠올랐습니다. 주식을 사고파는 데도 노력이 들어가지는 않으니까요. 단기간, 장기간을 따지자니 역시 단타매매가 걸렸고요, 내 돈 네 돈을 들먹이자니.. 그럼 대출과 신용거래는 어찌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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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도착한 곳은 넓은 벌판. 황량하게 눈이 덮인 야산도 있었고, 도로 옆 조그만 밭도 있었습니다. 매매 시기가 대부분 짧게는 3년, 길게는 6-7년이 된 곳들이었는데, 텅 비어있더군요. 겨울인 탓도 있겠지만, 뭔가를 위해 사용 중인 땅은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해당 지역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 지금은 매매가 불가능한 곳들입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허가구역을 풀지 말지 심사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5년 이후로는 매년 심사를 하도록 되어 있고요. 그 지역에서는 특구로 지정될 거라는 말까지 돌고 있었습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풀리면, 거기다가 특구로까지 지정되면, 땅값 폭등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회사에 돌아와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폈습니다. 롯데가의 장선윤 씨가 산 토지나, GS가의 허세홍 씨가 산 토지 일부의 용도가 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현행법상 전, 답, 과수원의 경우는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면사무소에 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하지요. 토지는 원칙적으로 임대할 수 없게 되어 있거든요.

농지의 매매가 이뤄졌다면, 그건 다시 말해 영농계획서가 제출되었다는 뜻입니다. 영농계획서는 '어떻게 어떻게 농사를 짓겠다'고 제출하는 계획서입니다. 해당 기업들은 별장과 휴양림을 짓기 위해 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별장도, 휴양림도, 농지를 사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땅을 사서, 수년이 지나도록 묵혀 놓고 있다면 '시세 차익'이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해당 기업들의 해명을 들어봐도, 모호하게 궁색할 뿐 명쾌하진 않았습니다. 해당 지역은 강호동 씨가 사들였다가 비난을 받은 곳 입니다. 들춰보니 신건 의원도, 다른 중견기업 주인들도, 대기업 간부 출신들도, 이 지역에 땅을 사들인 외지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렇게 문제를 삼는 기사가 나갔고, 여기저기서 비난이 잇따랐습니다.

현장 확인과 농지법 위반 사실 확인을 통해 걱정했던 것보다는 용이하게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 말끔하게 모든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어디까지가 투자고, 어디까지가 투기인지가 말이지요. 사회지도층과 공인들의 삶을 남보다 조금 더 신경써서 들여다 보며 살아야 하는 제게 이번 취재는 꽤 큰 숙제를 안겨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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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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