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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대 멸족?'…북한 보도의 선정성과 언론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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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새 지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탈북자에 대해 '3대 멸족'을 지시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과연 우리 언론은 김정은의 이런 지시를 어떻게 확인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얼핏, 중국에서 체포되어 북송 위기에 직면한 탈북자들의 상황을 보다 절절하게 전하기 위한 수사가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기사는 단정적으로 '김정은의 3대 멸족 지시', '북한 당국이 3대 멸족을 공언한 상황'을 전제하고 있었다.

먼저 검색을 해봤다. '김정은의 3대 멸족 지시'를 언급한 기사는 지난해 12월 말로 거슬러 올라갔다. 출발은 미국에 본부를 둔 RFA, 즉 자유아시아방송이었다. 12월 23일 이 방송의 문성휘 기자는 ‘복수의 양강도 주민’을 취재원으로 해서 "김정은, 애도기간 탈북 역적 규정"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특별 경비령이 내려진 12월 19일 저녁, 압록강을 건너려던 일가족이 체포됐는데 이 사실이 김정일 애도기간에 일어난 중대 사건이어서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되었고, 김정은이 대노하여 "이런 때에 월경하는 자들은 모두 역적이라며 고 씨 일가에 대해 '3대를 멸족해버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면 '복수의 취재원'이라고는 했지만 한 명의 취재원은 일가족 체포 소식만 전하고 있고 ‘양강도 보위부 간부들과 연계가 있다는 또 다른 혜산시 주민’ 한 명만이 이 사건이 김정은에게 보고가 되었고 김정은이 3대 멸족 지시를 했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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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를 바탕으로 국내 언론에서도 '김정은의 탈북자 3대 멸족' 지시 보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특이한 것은 보도가 반복되면서 조금씩 이런 '지시'가 전언이나 주장이 아닌 사실로 둔갑하기 시작했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이미 출처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기정사실’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문제를 다루면서 한 조간신문은 1면 머리에 김정은의 ‘3대 멸족’ 지시를 전제한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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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내용을 보면 아마도 국내 정보당국이든 어디든 이런 지시가 있었음을 확인한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혹여 이 글이 북한 내지는 김정은을 변호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하시는 분이 있을까봐 미리 밝히지만 이 글은 오로지 미확인 북한 보도의 문제를 생각해보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RFA는 첫 보도가 나간 뒤인 지난 12월 26일 방송에서 이 ‘3대 멸족’ 지시를 다시 언급하면서 이 내용은 탈북자들의 증언에만 의지해야 되기 때문에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다", "북한 당국이 '3대 멸족'을 공언했다"고 단정 짓지 않고 그 신뢰도를 ‘북한 주민의 전언’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앞의 보도에서는 '북한 양강도 주민', 뒤에서는 '탈북자'로 약간 혼선이 있기는 하지만 신뢰도의 수준을 가늠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 결국 그나마 북한 주민으로부터 이 말을 직접 들었다는 RFA가 제일 신중하고, 이를 받아쓰는 국내 매체들이 더 크게, 더 단정적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RFA는 지금까지 ‘3대 멸족’ 운운하는 내용을 제목으로 올린 적도 없다. 때문에 RFA 인터넷 사이트에서 해당 기사들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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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에서 우리는 언론 윤리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언론 윤리를 구성하는 여러 덕목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사실과 의견을 분명하게 가려 쓰는 것이다. 사실은 확인된 것인지, 어느 일방의 주장에 불과한 것인지, 그리하여 사실 여부를 놓고 다툼이 있는 것인지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언론이 사실과 주장을 뒤섞어버리고, 확인되지 않은 것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쓰기 시작하면 우리는 도무지 무엇이 사실인지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래서는 민주적 토론 과정에서 사실에 기반한 의견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게 되고 결국 민주주의 자체가 존립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사실 여부를 분명히 하는 것은 언론 윤리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 확인의 원칙은 북한 보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무엇 하나 확인하기 어려운 북한 뉴스의 속성상 일반 보도에서처럼 엄정한 검증을 거친 것만 보도하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이 북한 당국이 발표한 것인지, 누군가의 공식적인 발언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탈북자 등의 전언인지 밝혀야 한다. 특히 최근 봇물을 이루는 탈북자의 전언을 바탕으로 한 보도의 경우에도 그 탈북자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는 물론이고 그 탈북자가 직접 경험하거나 보거나 확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 또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추측이나 주장에 불과한 것인지를 분명히 가려서 기사의 시청자나 독자가 그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3대 세습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탈북자들을 통해 전해지는 북한의 실상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고 북한 관련해서, 그리고 20대의 ‘세습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기사를 써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북한에 대해, 김정은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는 상황이면 더욱 신중하게 기사를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시청자와 독자는 언제 또 포탄을 날릴지 모르는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서도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할 필요가 있다. 그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또 그 보도의 당사자가 이의 제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보도를 반복해서 우리 사회가 얻을 이익은 없다.

참고로, 처음 '3대 멸족' 지시에 관한 보도를 했고 또 그 신뢰도가 딱 '북한 주민(탈북 여부를 떠나)의 전언'이라고 밝힌 RFA는 아래와 같은 언론 윤리 강령을 내걸고 있다. 우리도 생각해볼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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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태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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