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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서울-부산 두 번 오가야 투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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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고 있거나 주재원, 유학 등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 국민들의 투표권을 확보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재외국민 선거제도다. 지난 2007년 6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도입됐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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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지난 2009년 관련법을 개정해 19세 이상 한국 국적의 영주권자에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하고 주민등록이 있는 일시 해외 체류자와 국내 거소 신고를 한 영주권자도 외국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투표 방법이었다. 선거 편의를 위해 우편 투표와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자는 의견과 그럴 경우 대리 투표 등 부정 투표의 위험이 있는 만큼 직접 투표만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결국 선거 부정에 대한 위험을 우선 고려해 투표 장소는 재외 공관으로 한정됐다.

제도만 놓고 보면 가장 합리적일 수 있는 안이었지만 유권자들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됐다. 미국 전체에 등록장소가 12곳에 불과하고, 일본은 도쿄와 오사카 등 10곳, 중국도 9곳뿐이어서, 공관에서 멀리 떨어진 동포들은 투표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쉽게 설명해 미국 같은 경우 우리나라 만한 땅 덩어리에 투표소가 한 곳밖에 없는 셈이다.

불편함은 또 있다. 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재외선거인 등록신청과 당일 투표를 위해 두 번씩이나 공관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 투표 한 번 하자고 생업을 제쳐둔 채 서울-대구간 혹은 서울-부산간 거리를 두 번씩이나 왕복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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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등록신청 마감을 이틀 앞둔 지난 2월 10일 08시 현재, 신청률은 4.75%에 그쳤다. 하지만 선관위가 지난해 재외국민 1,3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외선거를 알고 있다는 응답이 88.8%, 투표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70%가 넘게 나왔다. 선거에 관심이 있고 투표할 의사가 있어도 투표를 포기하고 있다는 증거다.

국민 불편도 불편이지만 국고 낭비도 엄청나다. 이번 총선에서 재외 선거 관리에 들어간 비용은 지난해 80억 원과 올해 213억 원을 합쳐 모두 293억 원에 달한다. 5% 안팎의 등록률을 감안하면 실제 투표율은 3%에 그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재외선거 대상자 223만 명 가운데 불과 6만 7천 명 정도만이 투표를 한다는 것이어서 한 표당 관리 비용이 43만 원을 넘게 된다. 국내에서 한 표당 관리비용이 만 2천 원 정도니까, 무려 34배나 비싼 셈이다. 참정권 확대라는 취지는 좋지만 이쯤되면 고비용  저효율 제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재외투표관리관이 지정하는 공관 소속 직원이 공관 외의 장소에서, 즉 관할 지역을 돌아다니며 재외선거인 본인으로부터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 유권자들에게 두 번씩이나 오라고 하는 대신 등록 신청 만이라도 공관 직원이 찾아가 받은 방법이다. 또 파병군인이나 공관이 없는 국가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우편 투표를 허용하는 방안과 외국 영주권자는 한 번 등록하면 다음 선거부터 별도 등록 절차 없이 투표할 수 있는 영구 명부제도 방안도 제시됐다.

하지만 제출된 지 1년이 다 되도록 개정의견은 정치개혁 특위에 발이 묶여 있다. 제한적 우편투표를 허용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고 편의상 허용할 수 있는 우편 등록도 어디까지 어느 범위까지 실시해야 할지를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재외국민 투표 도입이 논의될 당시, 여야는 당리당략을 따지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파급력이 생각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고 결국 재외국민 선거는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자신들에게 득이 되지 않으면 살피지 않는 정치권의 구태 때문에 국고 낭비는 물론 해외에서 삶의 터전을 닦고 있는 우리 국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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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모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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