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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사망 한달' 러, 안정화 기대 속 관망

절제된 조문외교 이후 북한 권력체제 확립 기다리는 듯
"김정은 지도체제 안착…북미 양자협상 우선 추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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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의 태도는 북한 정세의 조속한 안정화에 대한 기대를 담은 조심스러운 관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북한의 혼란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 서둘러 수습되고 한반도 사태가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되길 기다리면서 북한 내 정세 변화를 조심스럽게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들에도 북한을 자극하는 도발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으로 기존에 유지돼온 북한과 러시아 간 관계가 그대로 지속될 것이란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

김정일 사망에 대한 러시아의 조문 태도는 차분하고 절제된 것이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당일인 지난달 19일 후계자 김정은에게 조전을 보냈지만 이후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 차려진 조문소는 찾지 않았다.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 정부를 대표해 북한 대사관을 찾아 조문하는데 그쳤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김정일 사망 발표 이튿날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리창춘(李長春)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 중국 수뇌부와 함께 당·정·군 인사들을 대거 이끌고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을 찾아 직접 조문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이 극동·시베리아 지역을 방문해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러-북 양국 관계가 유례없이 활성화되고, 러시아가 북한과의 외교·경제 협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점을 고려해보면 언뜻 이해가 안 갈 정도의 차분한 태도였다.

여기엔 김정일 사후 북한 내부 상황이 보다 선명해질 때까지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태도를 취하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면서도 기존 러-북 협력 관계 유지와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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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사망 발표 당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북한은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와 선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이 양국 우호관계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사흘 뒤엔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외교부 대변인이 "한반도 북핵 문제 조정과 러시아와 남북한이 참여하는 경제협력 프로젝트 실현 등 이전에 이루어진 양자 및 다자 합의가 모든 이해 당사국에 의해 이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변국들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도발을 자제할 것도 촉구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부 차관은 지난해 12월 말 "우리에게는 북한의 (권력) 이행기가 복잡함이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도발로 간주할 수 있는 도발행위를 북한 이웃국가들이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 주변국이란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한국과 미국에 대북 도발을 자제할 것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반응 이후 러시아는 북한 정세에 대한 공식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정점으로 한 지도체제가 가닥을 잡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지지나 비판적 언급을 일절 삼가고 있다.

일부 지역 언론에서 김정은의 인민군 최고사령관직 추대를 비판하는 만평을 게재하기도 했지만,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반응은 없었다.

북한 지도부와 서둘러 대화 채널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권력 구도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대내외 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때를 기다리는 신중한 태도로 보인다.

러시아의 상당수 전문가는 일단 북한이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지도체제를 안착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한국프로그램 소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김정은이 예상보다 빨리 실질적 지도자가 되기 위한 적극적 행보를 취하고 있다"며 "그가 당분간은 정책 결정에서 핵심 실세인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군 지도부 등 후원자들의 조언을 듣겠지만 점차 스스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나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그는 "한국 역사에서나 러시아 역사에서나 전제 정치 시스템에서 집단지도체제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일부에서 예상하듯 김정은이 상징적 지도자로 남고 당과 군부, 관료 등의 엘리트 집단이 실권을 행사하는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북한 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가 우세하다.

톨로라야 소장은 "새 북한 정권에 개방이나 핵문제 양보 등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로 간주되기 때문에 유화 정책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오히려 최근 외화 사용 금지, 김정일 추모식 불참 인사들에 대한 처벌 등의 소식에서 보이듯 불안정을 우려한 통제 강화 쪽으로 나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상에서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 연구소(IMEMO)'의 알렉산드르 페도롭스키 아시아태평양지역 연구실 실장은 "북한은 우선 6자회담 복귀보다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위한 대화 채널 구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면서 "6자회담 재개 협상은 주변국의 압력을 막아내는 선에서 서서히 추진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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