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 코스닥 테마주에 투자하는 개인들의 위험한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4년6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
테마주의 잔고율도 코스닥시장 전체의 신용융자 잔고율의 3배에 가깝다.
그러나 빚을 내서라도 초단기에 '한탕'을 노리는 개미들은 하락장이 시작되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테마주 뜨자 신용융자 급증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관련 코스닥 테마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자 단타매매로 한 몫 챙겨보려는 개미들의 신용융자가 급증하고 있다.
15일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2일 1조 6천80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 7월30일의 1조 6천872억 원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담보 없이 빌려 주식매수를 한 금액이다.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6개월 동안 2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융자 잔고가 24.2%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지난 12일 4조 5천674억 원으로 작년 하루평균 거래대금 5조 6천397억 원에 한참 못미친다.
살 만한 매력적인 주식이 드물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융자가 급증한 것은 일부 테마주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설 투자정보업체 인포스탁이 27개 증권사에 유료로 제공해 온 정치 테마주 28개 종목 가운데 21개(75%)가 코스닥 상장사였다.
80여 개에 달하는 정치 테마주도 대부분 코스닥에 속해있다.
종목별 신용융자 규모를 보면 이런 해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코스닥시장 전체의 신용융자 잔고율이 1.5%에 불과한데도 많은 테마주의 잔고율이 4%를 웃돌기 때문이다.
잔고율은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고의 비율이다.
지난해 7월 말까지 1%대에 머물렀던 안철수연구소의 신용융자 잔고율은 추세적으로 상승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6.7%까지 올랐다.
이후 4%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8월에 1%를 밑돌던 iMBC의 잔고율은 12일 5%를 넘었고, 넥스트칩, 다우데이타 등도 잔고율이 점차 높아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 하락장 시작되면 피해 불 보듯
개미들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이유는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신용융자 잔고율이 높은 테마주 시장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수익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용융자의 증가는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보통 신용융자 만기를 60~90일로 설정한다.
만기가 길어야 3개월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 기간 안에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이 상황에서 만약 상상도 못했던 악재가 터져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증권사는 원금을 확보하려고 주식을 임의로 처분(반대매매)하기 때문에 손실이 불가피하다.
손절매하려고 해도 다른 투자자들도 한꺼번에 매도에 나서기 때문에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가가 급전직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신용융자 잔고율이 높은 종목일수록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낙폭이 클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이 노리는 종목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언제 급락장이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지나치게 과열된 일부 테마주에 신용융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
개미들에게는 높은 대출 이자율도 부담스럽다.
대출기간 15일 미만 기준으로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은 최소 연 5.9%에서 최고 12.0%에 이른다.
주가 상승률이 이자율보다 조금이라도 높아야 그나마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증권사는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과도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시장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가 해외에 있어 통제가 대단히 어려운 지금 막연한 기대감으로 신용 투자에 나섰다가는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