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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날 것'의 미학(味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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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매체와 SNS가 활성화되면서 사건 사고는 물론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까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시대가 됐다. 속보성으로는 기존 언론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사람들도 일련의 가공과정을 거친 기존 언론사들의 기사(記事)보다 날 것 그대로를 원한다. '날 것' 그대로니 신선하고 또 누구의 손떼도 묻지 않았으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날 것' 그 치명적인 유혹

이런 뉴스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방송이나 신문할 것 없이 있는 현장 그대로를 보여주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신뢰성에 기초한 정제된 '기사'까지 포기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현장의 냄새가 풀풀나는 '날 것'을 전달하려 노력한다. 노력은 곧잘 경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부작용을 낳는다.

그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CCTV 뉴스'다. 현장의 속살을 보고파하는 사람들에게 '당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데 이 보다 좋은 소재가 없다. 적당히 쓰면 '알 권리 충족'이지만 지나치면 '사생활 침해'다. 특히 생생한 장면이라는 유혹에 이끌려 잔혹한 사건 사고를 가감없이 내보냈다 '방송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CCTV 뉴스'는 주로 현장이 있는 사회부 기사에서다. 정치부 기사에는 좀 다른 방향의 주문이 이어진다. 이른바 '뒷얘기'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신까지 모든 뉴스에서 '뒷얘기'에 대한 궁금증은 다들 있게 마련이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보도된 것이외에 다른 건 없는지' 등등 호기심을 자아낼 만한 것들이 어디나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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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맛 당기는 정치권 뒷얘기

연예인을 제외한다면 정치인 혹은 정치권의 뒷얘기 만큼 솔깃한 것도 없다. 우리는 갖지 못한 이른바 '가진 자', 혹은 '권력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의 큰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입안되고 집행되는지 아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딱딱한 발표 기사도 의미가 있지만 그 이면에 치열한 '뒷얘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언론사마다 소속 기자들에게 그런 식의 '뒷얘기'를 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실 요즘 '뒷얘기'라고 쓸 만한 것이 없는 게 현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터넷 매체와 SNS가 발달하면서 취재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건 곧바로 기사화되기 때문이다. 기사 경쟁도 치열한데 굳이 '뒷얘기'라고 남겨둘 이유가 없다. 다만 기사로 쓰기 어려운 일종의 참고용 읽을 거리들이 남기는 한다. 상당수는 그저 그런 것들이지만 간혹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이 들으면 재미있어 할 만한 일들도 없진 않다. 권력층, 식자층으로 불리는 인사들의 인간적인 면부터 볼썽사나운 언행들까지...

하지만 이런 일들을 글로 옮긴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취재원이 끊기는 건 물론이려니와 당장 민·형사상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개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들으면 솔깃한 '설(說)' 수준의 이야기도 많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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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에 '날 것'은 없다?

특히 이른바 사시(社是)를 가질 수 있는 신문사들과 달리 공영성을 담보해야 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담을 수 있는 글이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설이나 논평이 대표적이다. 신문의 경우 정파성을 드러내 스스로 보수지(保守紙), 진보지(進步紙)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독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신문을 선택한다. 따라서 여기 실린 사설을 읽고 문제를 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방송은 다르다. 논평이나 기사 논조가 진보나 보수 어느 한 쪽에 유리하다 싶으면 당장 해당 방송사 전화통에 불이 난다. 방송이 '날 것'을 제공하기 힘든 이유중 하나다. 적어도 정치뉴스에서 만큼은...

그게 '날 것'을 제공하는 것과 무슨 상관있냐고 말할 수 있다. 맞는 지적이다. 원칙적으로는... '날 것'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소비자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똑같은 걸 보고도 문제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왜 보수편을 드냐', '왜 진보편을 드냐' 등등 반응은 제 각각일 수 있다. 글 쓰는 사람이 아무리 사견없이 늘어놓는다해도 글을 소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자기 견해와 맞지 않으면 다른 쪽으로 치우쳐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날 것'이 비단 '날 것'일 수만은 없는 이유다.

◈ '날 것'을 위한 즐기기 위한 미각(味覺)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혹은 할 수 있는 '날 것'의 양이 얼마가 됐든 앞으로도 '날 것'의 공급과 수요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해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통신수단의 발달에 따른 것이요, 정서적으로는 수용자들의 기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언론사의 기사화라는 가공과정을 거쳤던 과거와 달리 직접 제공되는 '날 것' 즉 1차 정보는 왜곡될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물론 언론사들의 왜곡보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긴 하지만 일단 악의적인 왜곡보도는 논외로 한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정보의 순환과정에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왜곡이 끼일 가능성은 상존한다. '날 것'의 위험성이다.

회(膾)는 미식가들이 꼽는 최고의 요리중 하나다. 하지만 잘못 먹으면 치명적인 게 또 회다. '날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날 것'을 상미(賞味 )할 수 있는 미각과 선구안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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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모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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