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새해를 맞아 스타일이나 주변 여건에 맞춰 '색깔'있는 경영 행보를 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새해 사업목표로 위기 돌파를 위한 공격 경영이나 해외시장 개척 등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외부에 드러나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총수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물밑에서 조직과 사업장을 직접 점검하며 비교적 차분한 경영를 하는 이도 있다.
◇이건희·구본무·정몽구 '적극형' 행보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연초를 작년보다 훨씬 바쁘면서도 의욕적으로 보내고 있다.
신년하례식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고 부사장단과의 신년만찬, 미국 라스베이거스 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
9일 신라호텔에서 열릴 생일 기념 만찬에는 초청 대상을 외빈 외에 처음으로 부사장급까지 확대했다.
이는 최고경영자 후보인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하도록 격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빠르면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건너가 세계 최대 가전쇼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0 2012'를 참관하기로 하는 등 바쁜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자녀를 동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외 행보 강화에는 작년 4분기 삼성전자가 사상최대 매출을 기록한 자신감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회장도 지난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LG전자 한국마케팅본부 정책발표회장을 방문하며 현장 중심의 경영을 예고했다.
예년에는 연구소와 사업장 등을 먼저 찾았던 점을 고려하면 제품 자체의 성능이나 품질도 중요하지만 고객가치 등을 우선시 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구 회장은 전시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경쟁사들보다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동행한 강유식 ㈜LG 부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준호 ㈜LG 사장 등 최고 경영진에게도 이 같은 메시지가 각인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설 연휴가 지난 후에야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해 '내실경영을 통한 글로벌 일류기업 도약 기반 구축'을 경영방침으로 공표한 그는 올해 여름 현대차 중국3공장 완공, 연말 현대차 브라질 공장 가동, 기아차 중국3공장 기공 등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직접 챙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이 작년 미국, 유럽, 중국 생산 판매 현장을 방문했고 해외 법인장을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기도 해 올해 역시 외국 현장을 찾아가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활동보다는 '내실형' = 롯데그룹은 올해 작년보다 무려 50% 늘어난 6조7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총수의 행보는 조용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미디어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유명하고 신동빈 회장은 다음달 인사를 앞두고 유통과 석유화학, 식품 등 주력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선에 몰입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중국 선양의 테마파크와 베트남 주상복합 빌딩 등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를 '글로벌 성장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계열사가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SK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규모인 19조1천억원을 투자하고 7천명을 채용하기로 하는 등 덩치 키우기에 적극 나설 계획이지만 정작 최 회장은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에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속된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함께 피고인석에서 무죄를 주장해야 하는 처지라서 경영에만 전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기보다는 계열사 경영진 등을 통해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트위터로 사회 이슈에 관해 활발히 발언하며 네티즌과 소통했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외부에는 '반(半) 은둔' 태도를 취하고 있다.
10일 그룹 워크숍에서 경영 전략을 점검하고 투자 계획을 확정하기로 하는 등 내부 경영에 집중하고 있으며 아직 눈에 띄는 큰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는 차원에서 CJ나눔재단의 업무를 보고받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역시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