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에 소리없이 진행중인 군비경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서로 상대방을 대놓고 '적'으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상대편의 군비확장에 큰 신경을 쓰면서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잠재적 '충돌'에 대비해 각자의 전략을 암중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최신예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를 오는 2015년 완성한다는 계획 하에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 항에서 건조중이다.
이 초대형 항공모함이 건조되면 4천660명의 승무원을 수용할 수 있으며 엄청난 규모의 전투기, 각종 무기들을 탑재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성층권을 통과해 항공모함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신형 순항미사일을 개발함에 따라 미국의 항공모함 건조 계획에는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미사일이 미국 항공모함을 겨냥할 경우 승무원을 살상하고 갑판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응책이 필요해진 것이다.
1945년 2차 대전 종료 이후 미국은 대형 항공모함을 필두로 하는 막강한 함대 덕분에 서부 태평양을 지배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내내 미국 함정들이 중국 대륙에서 가까운 바다를 지나더라도 중국은 별 조치없이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이 대대적인 군비확장에 나서면서 더이상 미국 항모들이 중국 대륙에 가까이 접근하기가 힘들어졌으며 따라서 미국 정부는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서로 간에 말은 안하지만 양측은 태평양을 지배하는 힘을 얻기 위해 치열한 군사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중국과의 잠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린다. 과거 냉전시대의 소련과 달리 중국은 미국의 명실상부한 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근 사임한 미셸 플러노이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인민해방군 장성들에게 "미국은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방부는 태평양 상에서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구체적으로 누구와 충돌이 있을지는 언급하지 않지만 누군가와 적대활동이 있을 경우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싱크탱크 전략재정평가센터의 앤드루 크레피노비치 소장은 "중국을 위협적 국가라고 말하거나 경쟁국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 매체들은 새로 개발한 미사일이 최고 1천700마일 떨어진 이동하는 해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군사 분석가들도 이 미사일이 미국의 저고도 미사일 대응체계가 잡아내기에는 너무 높고, 여타 순항미사일 방어체계가 막기에는 너무 낮은 고도로 발사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방어체계가 한 두개의 미사일을 요격하더라도 중국은 동시에 여러 개의 미사일을 함께 발사함으로써 미국의 방어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이 미사일이 실전배치되면 미국 항공모함들은 중국 연안에 근접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이 근방에서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이에 대응해 미 해군은 장거리 무인항공기를 개발하고 있으나 중국은 충돌이 빚어질 경우 가장 먼저 위성망을 공격해 무인공격기 운용이 불가능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어서 미국 관리들이 우려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