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26일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남측 민간 조문단에게 첫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상주가 조문객에 예를 갖추는 것은 상식이지만 폐쇄적인 북한사회의 특성상 이를 당연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더구나 향후 북한 체제를 어떻게 이끌지 머리가 복잡할 김 부위원장이 남측 인사들을 단순히 예우 차원에서만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이뤄진 불과 수 분간의 대면이었지만 우선 김 위원장과 두 사람과의 각별한 인연과 유훈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여사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낸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영부인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만났다. 현 회장도 김 위원장 시절 시작된 금강산관광 등 대북사업의 주요 파트너로서 김 위원장과는 수차례 만났다.
이 같은 인연과 6.15 남북공동선언.남북협력사업 등 김 위원장의 유훈이 이번 민간 조문단의 방북과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의 주요 배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상의 이유일 수 있다.
비록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아니지만, 남북관계와 협력사업에서 상징성이 큰 두 사람을 만난 것은 남측에 대한 간접적 메시지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남 자체가 메시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남측 민간 조문단을 맞는 다소 유화적인 모습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측도 남북관계를 개선할 여지가 있으니 남측도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등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버리고 통 크게 나올 것을 압박하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번 조문단 방북이 향후 남북관계 분위기 개선에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 내부에 대한 메시지도 있다. 김 위원장의 유훈을 당당하고 의연하게 받드는 모습을 통해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등을 겨냥할 수도 있다. 북한 체제는 이상이 없다는 연출을 통해 조문 정국이 끝나면 조속히 6자회담을 개최하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반적 흐름 속에서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고 김 위원장의 유훈 사업으로서 6.15공동선언과 남북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간접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유훈과 관련한 중요한 남측 인사들을 만남으로써 남북관계 전반에 관심이 있고, 최고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