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영토 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른바 '버서스(birthers)'의 의혹은 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미국 연방법원 제9항소법원은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40여 명의 '버서스'가 제기한 대통령 당선 무효 소송을 기각했다고 23일 (현지시간) 밝혔다.
소송을 낸 '버서스'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영토인 하와이가 아닌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났으므로 미국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으며 따라서 대통령 당선도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법원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 가운데 누구도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 탓에 이익을 침해받은 사실이 없어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판사 3명으로 이뤄진 재판부는 또 원고 가운데 앨런 키예스는 200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피선거권에 대한 소송은 대통령 선거 전에 제기해야 하는 것이며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지위에 관한 결정권은 사법부가 아니라 입법부에 있다고 천명했다.
키예스는 2004년 오바마 대통령과 일리노이주에서 연방 상원의원 선거 때 격돌했고 2008년 대통령 선거 때는 미국독립당 후보로 출마했던 인물이다.
원고 가운데 한 명인 와일리 드레이크 목사는 교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죽기를 바란다는 기도를 했다가 구설에 오른 전력이 있다.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공개한 하와이 출생 기록도 가짜라고 주장하는 이들 '버서스'는 이번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 올리 타이츠는 "3명 재판부가 아닌 11명 전원 재판부에서 심리해달라고 항소하고 그래도 안되면 연방 대법원으로 사건을 가져가겠다"면서 "미국의 어떤 법원도 오바마의 출생 사실에 대해 심리하지 않겠다니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케냐 출생설'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자주 거론하는 등 한때 골수 보수주의자를 중심으로 널리 퍼졌지만 최근에는 거의 소멸된 상태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