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멈춰 섰다."
벨기에 언론은 22일(현지시간) 복지지출 삭감 등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공공노조의 총파업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묘사했다.
총파업으로 이날 벨기에 전역의 버스와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이 거의 모두 운행을 중단했다.
국내선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로 이어지는 국제선 열차도 사실상 모두 멈춰 섰다. 중앙과 지방 행정기관 및 산하의 공공시설 등도 대부분 공무원이 파업, 민원창구는 문을 닫은 채 일부 업무만 이뤄졌다.
교도소 인력의 85%가 파업에 참여해 외곽 경비는 경찰이 대신했으며, 경찰서와 파출소, 소방서 마저 파행 운영됐다.
일부 소방관들은 연금부 청사 등에 소방차를 몰고 가 호스로 거품을 뿌리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병원도 필수요원만 남는 일요근무 체제로 운영돼 응급 상황이 아니면 수술도 연기됐다.
학교와 유치원도 거의 휴교했다.
별도의 연금 체제를 가진 관제사 노조가 파업에 불참해 브뤼셀 국제공항은 그나마 정상운영됐다.
공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새 연립정부가 마련한 긴축재정안이 이날 의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1년 7개월여 동안의 `무정부 상태'를 끝내고 지난 5일 출범한 연립정부는 연정구성 협상에서 국내총생산과 맞먹는 규모의 공공채무를 줄이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년 예산을 올해 대비 110억 유로(약 17조 원) 감축키로 했다.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예산 삭감에 따라 각종 사회복지가 줄어들고 공공부문 인력이 감축ㆍ동결되는 것에 반발해 노동계는 이미 지난 2일 8만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였다.
노동계는 정부의 긴축이 나이 든 노동자나 청년 실업자 등 약자들에게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 등 사회적 공정성과 형평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최대 쟁점은 노령연금 조기퇴직 허용 연령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법적 퇴직연령은 65세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58-60세에 조기퇴직해 연금을 받아왔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62세 이전에 조기퇴직을 불허하고 65세 퇴직을 유도키로 했다.
노동계는 연금이 크게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협상다운 협상 한 번 없이 강행 처리하려 해 총파업으로 맞서게 됐다고 밝혔다.
빈센트 반 퀵켄보른 연금장관은 연금 개혁의 대강은 사전에 알려져 있던 것이며 "해가 바뀌면 개혁이 또 1년 늦어지기 때문에 연내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언론매체들은 "총파업의 첫 희생자는 경제"라고 우려하면서도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지적했다.
야당은 물론 부총리까지 "중대한 사회적 변화를 초래하는 문제를 사회적인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너무 서둘러 총파업을 촉발했다"고 반 퀵켄보른 장관을 비판하면서 노조를 달래고 나섰다.
결국 총리도 "시민들의 불만과 공포를 이해한다. 법안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긴 했으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국가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떨어진 상황에서 더이상 개혁을 미룰 경우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정부가 긴축 정책에서 전면 후퇴할 가능성은 낮다.
노조도 개혁의 대세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가 연내 강행처리를 하지 않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서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일부 사항을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반 뷔켄보른 장관은 이날 노조와의 회동 후 연정의 긴축재정 정책은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행 방법과 관련해서는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레니어스 ACOD노조 사무총장도 내년 1월30일 다시 총파업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강행 여부에 대해서는 "말하기 이르다. 조정을 위한 문이 약간 열려 있다"고 밝혔다.
(브뤼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