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37살 그녀는 성실하고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법조인 가문에서 태어나 서초동에 집이 있고, 자신 역시 유명 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고 말했습니다. 뒤늦게 다시 시작된 사랑. 그와 잘 맞았던 그녀는 몇 달 뒤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결혼하면 강남에 집을 사자는 말에, 지금 살고 있던 전세집을 남동생에게 넘겨줄 생각도 했습니다. 결혼식은 하지 않았지만 혼인신고부터 하고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모든 계획을 세워나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선 그는 이렇다할 직업이 없었습니다. 인테리어 업체에 어쩌다 들어오는 일감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법학과는 커녕 고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물론 법조인 가문 출신이란 것도 거짓이었습니다. 강남에 집을 사는 건 꿈도 꾸지 못했고 그녀가 번 돈으로 생활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가 가장으로, 남편으로서 기댈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자 그녀도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자주 싸웠습니다. 심한 말도 했습니다. 함께 산 지 한 달여 만에 이혼을 하자고 했습니다. 사기 결혼이란 생각에 위자료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위자료는 커녕 이혼도 해줄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그렇게 지겹도록 싸운 어느날 아침, 그가 갑자기 한쪽 구석에 있던 아령을 들어 그녀에게 내리쳤습니다. 그리고는 숨이 끊어질 때까지 목을 졸랐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살인, 그는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해 하다가 곧 방안 가득한 피를 모두 닦아냈습니다. 그리고 숨진 아내를 일으켜 세워 머리에 모자를 씌우고 이불을 둘러,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녀를 안고 집을 나섰습니다.
차 뒷좌석에 아내의 시신을 실은 그는 한동안 동네를 헤매다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대구를 지나 진주까지 내달려 경주의 한 사찰까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며 위패를 세우며 하룻 밤을 보낸 뒤, 다음날 야산에 땅을 파고 아내의 시신을 묻었습니다. 아내와 가깝게 지냈던 아내의 남동생에게는 '제주도에 간다, 남편과 화해했다'며 문자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그는 그 길로 전국을 떠돌며 지냈습니다. 돈이 없던 그는 가는 곳 마다 아내의 카드를 긁어댔고, 아내 남동생의 월급이 아내의 통장으로 들어오는 날을 잊지않고 수백만 원씩 인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아내를 잊고 보름 넘게 호의호식 했지만, 아내의 남동생은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 누나를 경찰에 실종 신고했습니다. 단순 실종인 줄 알았던 사건은 카드 사용 내역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실종이 아닐 것이란 의혹으로 이어졌고, 일주일 만에 경찰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냈습니다.
그는 위자료 압박이 심했다며 범행을 털어놨습니다. 경주의 야산을 찾아 시신을 발굴하던 날, 경찰이 차린 제사상 앞에서 '먼저 예를 갖추게 해달라'고도 빌었습니다. 홧김에 아내를 살해했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시신을 암매장 하기에 이르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어렵게 결혼을 결심했지만 사기 결혼이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제대로 털어놓지도 못했던 그녀는...누구도 위로할 새 없이 비극적 결말을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