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달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파키스탄 군(軍) 기지 오폭에 따른 '후폭풍'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계획 발표 등으로 '청신호'가 켜졌던 중동 외교정책이 이번 사태로 예상치 못한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폭 직후 즉각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4일(현지시간) 직접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것도 이런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나토군의 폭격은 고의가 아니었다"면서 희생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뒤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백악관은 이날 통화 직후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자르다리 대통령이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한편 앞으로도 긴밀하게 연락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지난 3일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파키스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파키스탄 병사 2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오폭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그는 특히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의 주권을 존중하고 있다면서 상호 이익과 존중의 기반 위에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미국 공군을 샴시 공군기지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독일에서 열리는 아프가니스탄 관련 국제회의에도 불참키로 하는 등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하고 있다.
길라니 총리는 클린턴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이번 국제회의 불참은 이미 의회 국가안보위원회의 지지를 받은 사안이어서 재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그러면서 의회가 미국과의 양자관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클린턴 장관을 '압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나토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이 마련한 이번 국제회의에 '핵심 주변국'인 파키스탄이 불참할 경우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파키스탄이 미군 철수를 요구한 샴시 공군기지의 경우 최근 탈레반과 알카에다에 대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무인폭격기 공격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파키스탄이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미국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오폭과 관련해 미국이 제의한 조사에도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는 모습이어서 향후 양국 관계의 향배가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