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해 천만 원에 달하는 비싼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학비 벌어서 어렵게 학교 다니는 대학생들 많은데요, 학비 벌기 위해 취업하러 갔다가, 고금리 대출에 발이 묶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본 학생은 수도권 4년제 대학에 대학중인 여대생이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상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어 2년째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 근근히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목표대로라면 내년쯤 휴학할 예정이었는데, 일자리 구하러 갔다가 오히려 더 큰 빚을 떠안게 된 안타까운 사연 전해드리죠.
대학생 김모 씨는 대학생들이 일자리 구할 때 많이 찾는 '알바00' 사이트에서 사무보조원 모집 공고를 보고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제가 찾아봤더니, 지금도 문제의 회사는 계속해서 구인글을 올리고 있더군요. 쇼핑물 운영과 인사업무를 담당할 사무보조원을 모집한다, 월 125만 원을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근무시간도 주간이고, 급여 수준도 나쁘지 않으니, 눈길이 갈만 합니다. 학생은 글에 올린 연락처로 전화를 하고, 면접을 위해 회사로 찾아갔습니다. 면접 후에 회사 측의 요구대로 주민등록 등, 초본과 신분증 사본, 은행 통장 사본 등을 제출하고, 취업을 위해 필요하다는 갖가지 계약서에 서명도 했습니다.
이 학생은 이제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복학을 할 계획에 들떠 있었다고 하는데, 며칠 뒤 5백만 원이 대출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취업 직후 "돈이 필요하냐, 본인이 맞냐"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미 때는 늦었지만, 이 전화가 대출 신청 승인을 위한 본인 확인 절차였던 거죠.
취업을 하려면 찾아가서 면접을 보고, 신원확인을 위한 서류들을 제출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니 의심하기 어려웠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은 후, 학생은 저축은행에서 원금 500만 원에 명목상 이자는 38%지만, 실제 수수료 등 명목으로 지출하는 이자비용은 연 47%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받게 됐고,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사회생활이 불가능할까봐, 결국 부모님이 사금융 업체에서 다시 대출을 받아 이 돈을 갚았다는군요. 생활은 더 어려워졌구요.
이 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취재진이 직접 문제의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보다 객관적인 취재를 위해, 제가 직접 일자리가 필요한 것처럼 문의를 해봤습니다. 일단 바로 와 보라고 하더군요. 서울 역삼동에 있는 번듯한 사무실 앞에는 일자리를 구하러 온 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차례를 기다려, 누구 소개로 왔는지를 명시하고 (나중에 보니, 이것은 사람 모집 실적 체크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직접 면접을 보러 들어갔습니다. ‘몰카’라 불리는 가방 모양의 카메라를 들고 말이죠. 사회부 주니어 기자들이 주로 하는 일명 다단계 잠입 취재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취재를 당한(?) 경험이 많다는 사측 임원에 의해 취재진임이 바로 발각되었지만요..^^;;
어찌 됐든, 취재진의 신분을 밝히고 이 학생이 왜 이런 피해를 보게 되었는지 따져봤습니다. 회사 측은 너무나도 당당했습니다. 오히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김모 학생이 자꾸만 문제를 제기하니 피해보상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문제가 된 대출 500만 원.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한 명의도용 대출이 의심됐지만, 회사 측은 계약서를 내밀었습니다. 문서 제목은 위탁판매 계약서. 취업을 하는데 필요하다는 요구에 학생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수많은 서명을 해버린 겁니다. 500만 원 대출은 쇼핑몰에 위탁판매점을 개설하는데 필요하다는 보증금 명목. 직접 현금으로 500만 원을 가져오거나, 어렵다고 하면 대출을 소개해준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돈이 없어 이 대출을 택하고, 계약서에 서명 후 대출이 이뤄지게 됩니다. 계약서 상에는 1년이 지나면, 보증금 500만 원을 돌려준다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매달 19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하고, 구인공고 글에 있던 월급 125만 원은, 이렇게 또 500만 원을 대출받을, 일자리를 찾는 새로운 학생 2명을 구해오거나 쇼핑몰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실적을 올려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대출은 중개업자를 통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 사금융 업체에서 이뤄지는데, 대출금은 회사에서 가져가고 실제 지급하는 이자율이 47%를 넘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본인 확인 절차가 소홀하게 이뤄지고요. 법정 이자율 39%를 넘으면 불법입니다.
김모 학생의 계약서에는 안타깝게도 '회사 측에 공인인증서 발급을 위탁한다', '본인이 대출 신청을 확인한다' 등등 학생에게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항목에 서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학생은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주루룩 서명을 했다고 했고, 사측은 오히려 이상한 학생의 말을 왜 믿느냐며, 녹음 파일을 들려주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추가 서류와 녹음파일을 요구했더니, 결국 이 학생의 것은 없다며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은 1명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학생들이 현금이든 대출이든 500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다른 피해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학생에게 물어봐도, 대부분이 회사가 시키는대로 500만 원 대출을 받았고, 한달에 이자와 관리비 명목으로19만 원씩 내고 있는데, 2명 이상 학생을 모아오지 못하면 월급도 받지 못합니다.
이미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일부 학생들은, 투자라고 생각하고 500만 원 투자했다, 어쩔 수 없으니 열심히 벌어서 이자 내고, 더 열심히 일해서 실적을 올리면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으니 손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대출금, 회사가 가져가는 보증금은 회사 측에서 월급도 주고 사무실 운영하는 데 쓴다고 합니다. 계약서 상에는 1년 뒤에 돌려준다고 하는데, 돌려받은 학생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습니다. 회사 측은 본인이 직접 서명해 동의를 받았으니 법적 문제가 없고, 학생이 도망갈지 모르니 당연히 보증금이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반박했습니다.
일자리가 필요한 대학생들을 유혹해 고금리 대출을 받게 하는 신종 다단계 사업임이 의심되지만, 문제의 회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하더군요. 사기임이 의심되지만, 경찰 역시 수사를 하면서도 처벌이 쉽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계약서로 쌍방이 이익을 다투는 민사 사건이면, 사기와 같은 형사 사건으로 처리되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경찰, 금융감독원 관계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지만, 이렇게 학생들을 상대로 한 사기가 의심되는 다단계 업체들을 처벌할 마땅한 법규정이 없어 힘겹고 긴 싸움이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거마대학생'으로 유명한 다단계 업체들, 한바탕 사회적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거마대학생' 관련 대형업체들에는 최근 다섯 달여에 걸친 대대적인 수사 끝에 형사처벌,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등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업체들이 계약서에 본인의 동의를 받는 등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고 있어 기나 긴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문제의 업체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이렇게 절박한 학생들을 울리는 업체들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피해를 보는 대학생들이 더 늘지 않도록, 저희는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통해 사회에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