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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드수수료 싸움 승자는 결국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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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가맹점 수수료 논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작은 중소 자영업자들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사회적 논의가 업종별 힘 대결 양상으로 번졌습니다. 여기에 현대차 그룹 같은 대기업까지 끼어들면서 모든 피해가 카드 고객들에게 전가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발단은 카드가맹점 수수료가 주먹구구식으로 책정돼 있고, 중소 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반발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가맹점 수수료는 업종별 격차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골프장 보다 안경업종이 2배의 가맹점 수수료를 내고 있고, 대형마트보다 구멍가게가 수수료를 더 내는 불합리한 점이 있었습니다. 업종별 가맹점 수수료가 30년 전에 만들어져 시대에 뒤떨어진 측면이 큽니다. 실제 30년 전에는 안경이 사치품이어서 안경업이 최고 3.6%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까지 나서 수수료율 인하를 부르짖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결국 지난 10월 카드사들이 연 카드 매출 2억원 이하 가맹점의 경우 업종에 관계없이 수수료율을 1.8%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카드 가맹점 80% 이상이 해당된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 봇물터진 카드 수수료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대형 가맹점 업주들과 대기업들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도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며 카드사들을 압박했습니다. 전국 주유소 업주들이 먼저 나섰고 지난달 30일에는 유흥업소, 마사지, 안경점, 귀금속 업주 등이 동맹 휴업을 하고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연간 카드 결제로만 11조원이 거래되는 현대, 기아차는 지금도 중소가맹점보다 낮은 1.75% 수수료 율을 내고 있었지만 그것도 부담된다며 1.7%로 깎았습니다. 거부하는 카드사는 차량 구입 고객이 결제를 못하게 하겠다고 압박해 받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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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전자업계에서도 카드사들을 상대로 수수료율을 낮춰달라고 하고 있고, 같은 자동차 업종의 쌍용차와 르노 삼성 등도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카드사들은 아직 버티고 있다는데 현대카드는 요구를 받아들여 수수료율을 낮췄습니다. 카드사에게는 울트라 ‘갑’인 대기업의 압박을 버티기 어려웠다는 후문입니다. 힘 싸움 국면이 된 셈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업종은 더욱 더 세력 과시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대기업들까지 수수료를 깎아준 카드사가 그냥 앉아서 손해를 볼 리는 없다는 겁니다. 이미 전통시장 수수료를 낮춰준 뒤 체크카드 부가서비스를 줄이기 시작했고,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낮춰주기로 한 뒤에는 앞다투어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를 줄였습니다. 주유소에서 리터당 적립해 주던 서비스를 없애거나 영화관에서 할인 받기 위한 카드 사용 실적의 기준을 높이거나 카드 포인트 적립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객 혜택만 줄이는 건데 이런 움직임에 더욱 속도를 낼 것 같다는 것이 카드사 임원들이 털어놓는 속내입니다. 그냥 카드사들이 약간의 손해를 감당하면 왜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한 번 기부하는 형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매년 수 천억 원씩 줄어들면서 수익 구조가 바뀌는 결정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현재 카드사 수익구조를 보면 일부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영업수익(비용공제 전)의 50% 이상을 가맹점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현금서비스, 할부, 카드론 등의 이자 수익과 연회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카드 관련 대출은 담보가 없기 때문에 빌려준 돈을 못 받게 되면 그대로 손실로 이어지는 대출입니다. 잘 돌아갈 때는 이익을 내는 효자지만 불경기가 닥치면 회사를 잡아먹는 불효자입니다. 카드대란 때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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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금융회사이다보니 비용은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관리비용은 크지 않습니다. 비용을 줄여야 한다면 광고와 부가서비스 제공 비용 같은 마케팅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카드 수수료 문제에 다소 비판적이었던 권혁세 금감원장 조차 “카드사가 대기업의 수수료 인하까지 하면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 고 지적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카드 가맹점 수수료 문제를 풀기 위해선 업종별 분석을 객관적으로 한 뒤 최대한 업종간 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정리하면서 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카드사가 수익을 양보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이나 대형 가맹점 등이 지금보다 오히려 수수료율을 좀더 부담해 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드 사용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외상 값 떼이는 일이 많았던 업종 역시 카드 활성화로 혜택을 본 측면이 크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좀더 부담해야 합니다.

이런 고통분담 없이 지금처럼 힘의 논리로 카드 수수료율 문제에 접근하게 된다면 모든 부담이 부가서비스 축소 등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카드 고객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서민과 중소 자영업자를 위해 시작된 사회적 논의가 엉뚱하게 힘센 대기업과 대형 가맹점 업주들 실리를 챙겨주고 끝나게 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여기 저기서 가져가면 카드 고객들 먹을 몫이 없습니다. 탐욕이란 소리 듣지 않으려면 대기업과 대형 가맹점은 이제부터라도 힘싸움을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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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원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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