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2월 결산법인 147개의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실적이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7%, 순이익은 무려 17%가 줄었다. 외형상의 매출은 어느 정도 유지한 것으로 보이지만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우선 시장자체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미국 불황에 유럽발 재정위기로 가장 큰 두 축의 시장이 휘청이니 수요가 예전 같을 리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출의존도가 워낙 높다보니 바로 무역수지 흑자 폭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물량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도 낮아지게 되니 팔아도 이윤이 남지 않는다. 일례로 우리의 주력수출품목인 반도체 D램 값을 보자. 1년 전만해도 4달러가 넘던 D램값이 지금 1달러 아래로 추락했고, 도통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값이 많이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부문에서 선전했음에도 이런 반도체 값 하락으로 올들어 3분기까지 순이익이 29%나 줄었고, 하이닉스는 85%나 급감했다.
비용 요인도 증가했다. 원자재가격이 급증하면서 제품 원가는 비싸지는데 시장이 안 좋으니 이 비용 요인을 곧바로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포스코 등 철강금속 업종은 순이익에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외부 여건도 녹록치 않았다. 대표적인 게 환율. 금융시장 불안 속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져 달러는 강세를 띠고 원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에는 일단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최근엔 환율의 변동폭이 다소 안정적으로 움직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환율에 울고웃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불안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국내상황도 도움이 안 되고 있다. 가계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는 오르고, 가계빚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 이자부담은 커지고, 결국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자연히 꼭 필요한 지출 외에는 씀씀이를 줄여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내수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자. 이렇게 4가지 요인만 봐도, 우리 기업들이 내외부적으로 얼마나 쉽지 않은 국면에 처해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이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비용은 줄여나가고, 향후 몇십년 후 먹고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투자도 해나가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런 기사를 쓰면서 전문가들을 여럿 인터뷰하곤 하는데, 통상의 비관론자 낙관론자 막론하고 내년도 전망은 부정적으로, 보수적으로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역시 위에서 꼽은 요인들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상당 기간 저성장 기조로 갈 수 밖에 없는데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가야 할지, 가급적 수비적으로 현상유지하는데 의미를 둬야할지, 어떤 전략을 수립하는 게 맞는지 혼란스런 국면이다.
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정부도 내년 정책방향을 짜는데 애를 먹고 있다. 나라 곳간 사정은 빠듯해졌는데 불확실성이 커져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처럼 경기를 부양한다며 무작정 돈을 푸는 정책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장'을 포기할 수도 없어 결국 '위기관리'와 '성장기반 다지기' 가운데에서 적당하게 접점을 찾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부가 최근 상반기 거시경제 운용방향을 밝히면서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는 다소 모순된 듯한 방침을 내놓은 것도 그런 고민이 반영된 듯 하다. 결국 선진국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문제가 금융기관 부실을 거쳐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위축을 가져오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추워질 듯한 이번 겨울.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빠듯한 살림살이를 가장 현명하게 꾸릴 지혜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