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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홍대표의 승부수 혹은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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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대강당.

10.26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에 불어닥친 '쇄신風'을 논의하기 위한 연찬회가 열렸다. 창당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반영하듯, 국회의원 169명 중 156명이나 참석했다. 원외당협위원장도 60명 가까이 나와 유례없는 '성황'을 이뤘다.

홍준표 대표는 시작과 동시에 '승부수'를 던졌다. "여러분 대다수의 뜻이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해 쇄신과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고, 그렇게 결정이 된다면 나는 당ㆍ대권 분리조항을 정지시키는 당헌ㆍ당규를 개정한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 어조도 사뭇 단호했다.

홍 대표의 이 발언 이후, 연찬회 주제는 '홍준표 사퇴-박근혜 등판'으로 촛점이 모아졌다. 쇄신파의 맏형격인 정두언 의원은 '홍준표의 용단'을 추켜세우며 당장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새로운 체제가 최선"이라며 거들었다. 초반엔 분위기가 이쪽으로 쏠리는 듯 했다.

그러나, 친박계에서 곧바로 반격에 나서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윤상현 의원은 상황을 권투에 비유했다. "안철수 교수는 아웃복싱을 하고 있는데, 박근혜 전 대표더러 인파이팅을 하라는 것이냐. 시기상 맞지 않다"고 했다. 대권이 목표인 박 전 대표가 누가봐도 상황이 불리한 총선을 앞두고 전면에 나섰다가 자칫 생채기가 생기지 않겠냐는 논리다. 많은 친박 의원들이 동조했다. 그러자 홍준표 대표의 당권파들도 '대안 부재론'을 제시하며 가세했다. 중반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역전됐다. 결국 10시간 넘는 토론 끝에 '현 체제 유지'로 결론이 났다. 결과론적으로 '쇄신' 논의는 제자리 걸음만 한 셈이다.

언론들은 '홍 대표의 승부수'가 통했다고 평가했다. 홍 대표가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고도 했다. 과연 '승부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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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가 사퇴의 전제조건으로 '박근혜 등판'을 내건 것은 아무리 봐도 의도가 불순하다. 한나라당 주변을 조금이라도 기웃거려본 사람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을 리 만무하다는 것쯤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가보자. 당시 박근혜 대표는 평소 소신대로 대권과 당권을 분리했다. 박 대표에게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는 새 당헌'을 만들어 제공한 이는 바로 홍준표 의원이었다. 박 전 대표는 늘 그래왔듯 자신의 말을, 때론 답답할 정도로 뒤집지 못한다. 약속을 지키려다 물에 빠져죽은 '미생지신(尾生之信)'에 비유될 정도다. 홍 대표가 이를 몰랐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오로지 당을 구하기 위한 충정심의 발로에서 '박근혜 등판'을 굳이 전제했을까.

이번 연찬회에 이례적으로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한 사실에도 주목해 보자. 연찬회장에서 만난 한 중진급 의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주말에 사무총장이 원외당협위원장들 데리고 등산을 했대. 그리고 저녁 먹는 자리에 홍 대표가 왔었다네. 이미 판 다 짜여져 있는 상황이었던 거지. 재미없어서 난 그냥 나왔어."

어제 열린 '쇄신 연찬회'가 홍 대표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였던가? '한나라당의 위기'가 홍 대표의 '승부수' 한 방에 '홍준표의 위기'로 둔갑해 버렸다. 그리고 그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한나라당은 요즘 정책 쇄신에 몰두해 있다. 배부른 자가 세금을 더 내게 만들겠단다. 착각하지 말자, 한나라당이 하늘 아래 처음으로 뚝딱 만들어낸 '묘책'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민주노동당이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부유세'나 다름없다. 물론 민노당이 '부유세'를 외칠 때, 한나라당은 '택도 없다'며 반대했었다.

'메시지'보다는 '메신저'가 더 유효하다. 적어도 정치판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정치 쇄신의 기본은 '사람'이다. 그게 대중정치다. 한나라당은 지금 '대중정치'를 하고 있는걸까? 좀처럼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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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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