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취재파일] 소통 외치면서 불통인 언론.. 정당 저널리즘?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언론은 주로 사회에서 부족한 것, 문제가 있는 걸 공론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건 거의 언론학의 기본에 해당하는 거죠. 이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소통'입니다. 한 연구를 보니 대통령을 기준으로 '소통'이라는 말이 제목에 포함된 기사 게재 추세를 분석했는데 김영삼 대통령 시기가 30회였다면 김대중 대통령 시기는 59회, 노무현 대통령 시기는 260회로 급증했고 아직도 임기를 1년 여 남겨둔 이명박 대통령 시기에는 벌써 1,272회에 달했다고 합니다. (민영․노성종, "'소통'의 조건: 한국 사회의 시민 간 정치 대화 탐구", 2011)

모든 사람이 다들 '소통, 소통'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 더욱 소통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주변을 한 번 돌아보시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소통 얘기가 많이 들린다면 그건 그 조직에서 소통 문제가 있다는 거죠. 우리 사회가 현 정부 들어서 '소통'에 목숨 걸다시피 하는 것도 급격하게 사회적 소통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인 셈입니다.

요즘은 특히 SNS의 확산으로 저마다 할 말은 충분히 하고 사는 세상인데 왜 이렇게 소통이 안 될까요? 학자들은 저마다 자기 말만 하고 남의 말은 듣지 않는 게 불통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특히 기사도 선택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만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이걸 부채질하는 것이 ‘내편’과 ‘네편’을 확실하게 갈라서 기사를 써대는 기성 언론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널려 있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최신 사례 하나만 들겠습니다. 지난 26일 광화문 집회에서 있었던 종로경찰서장 폭행 사건입니다. SBS는 물론 MBC, KBS는 어제 저녁 뉴스에서 사건 자체와 함께 ‘폭행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집회 주최 측 반응을 전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 보도는 크게 갈렸습니다. 먼저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반응입니다. “불법이 합법을 집단폭행”(조선일보), “경찰서장이 얻어맞는 나라”(중앙일보), “경찰서장이 불법시위대에 맞는 나라”(동아일보)가 1면 머릿기사로 실렸습니다. 생생한 현장 사진도 곁들였습니다. 하지만 이 세 신문은 모두 한미 FTA와 관련해서 야권과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각종 문제제기들은 무시하거나 정부 측의 해명을 전하는 것으로 일관했습니다. 국회에서의 강행 처리 과정에서도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만 부각했지 여당의 기습 일방 처리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예상했던 보도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고
광고 영역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경찰서장 폭행 사건 보도에 대한 비판은 반대 방향에서도 가능합니다. 어쨌든 정복을 입은 관할 경찰서장이 시위대에 폭행을 당한 일이 가벼운 사안은 아니지요. 아무리 한미 FTA 비준 문제가 시급하더라도 법질서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경찰서장 폭행 사건을 이렇게 다뤘습니다. 먼저 한겨레는 12면에서 “FTA시위대 일부 ‘종로경찰서장 폭행’ 논란”이라는 제목의 박스 기사로 처리했습니다. 얼핏 보면 폭행사건 자체가 그냥 ‘논란 거리’인 듯한 느낌을 주는 제목입니다. 물론 기사 내에는 사실관계가 충분히 들어있고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우발적이라 할지라도 집회 참가자들이 폭력을 휘두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 내용으로 균형도 잡기는 했습니다만. 경향신문은 3면에서 서장 폭행 장면을 세 컷의 사진으로 다루고 “집회 현장서 종로경찰서장 폭행 50대 체포”라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3단으로 올리고 “어떤 명분으로도 ‘폭력은 안 됩니다’”라는 기자 메모를 실었습니다. 폭력은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현직 서장에 대한 폭행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서는 기사 가치 판단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요즘 중도적 태도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일보 기사가 궁금했습니다. 1면 두 번째 머릿기사로 “종로서장, 반FTA 시위대에 봉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책임 묻겠다”는 경찰 입장과 “경찰이 폭행 유도”라는 집회 주최 측 반응을 부제로 올렸습니다. 3면에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사안의 전말을 보도하면서 서장의 주장과 함께 주최 측 반응, SNS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 등을 균형 있게 전했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에 맞는 기사량과 함께 시각에서의 균형을 함께 시도했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방송의 경우 한미 FTA 문제에서 충분히 쟁점들을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안 자체가 워낙 방송 뉴스에서 다루기 어렵다는 점도 충분한 변명이 되지는 못합니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실제로 안 그래도 가장 개방적인 미국과의 FTA를 위해 이렇게까지 국론 분열과 갈등을 감수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본 기사도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아예 사회적 논쟁에 직접 당사자가 되어 뛰어드는 것보다는 그나마 한 발 떨어져 있는 게 나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져 봅니다. 소통에 기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불통을 부채질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심석태 기자 기자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