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중앙이 바깥쪽보다 높은 유(U)자형 국도에서 차량이 빗물에 미끄러지며 사고가 났다면 도로 설치·관리자인 국가에 책임이 일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4단독 박효선 판사는 20일 운행 중 빗물이 찬 도로에서 미끄러져 인명피해가 발생한 피해차량 보험사인 A사가 "도로를 적절히 유지·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212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사고 도로는 종단면상 유자형으로 설치돼 비만 오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2차로에 모이는 구조적 이상이 있다"면서 "운전자가 앞 유리창에 튄 빗물 때문에 놀라 급제동했으나 수막현상이 발생해 미끄러진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해당 도로는 통행량이 많은 국도로서 배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교통사고 위험이 있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면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관리책임자인 피고는 비가 신속히 집수구 쪽으로 흘러가도록 도로 구조를 적절히 유지·관리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에게는 방호조치를 게을리 한 관리상의 잘못이 있고 이 잘못이 운전자의 안전운전의무 불이행 과실과 합쳐져 사고의 발생 및 손해 확대를 초래한 만큼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제한속도가 80㎞인 국도에서 노면이 미끄러우면 20%를 감속해야 함에도 운전자가 과속 운행하다가 물이 튀긴 데 당황해 조향장치를 과도하게 조작해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피고의 책임비율을 10%로 한정한다"고 덧붙였다.
A사는 2007년 7월 충북 청원군 남이면의 17번 국도에서 카니발 승합차를 운전하던 송모씨가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로 숨지자 2억1200만 원을 지급한 뒤 "국도 설치·관리상의 하자에서 사고가 비롯된 만큼 2134만 원을 지급하라"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