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꽃놀이 패를 들고 있던 론스타가 또다시 웃게 됐습니다. 지난 5월 14일 '론스타 꽃놀이 패를 도운 하나금융' 이란 글에서 론스타가 손해 볼 이유가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을 했는데 금융위가 '조건없이 6개월 내 외환은행 주식 매각' 명령을 내리면서 론스타는 10조원(부동산 차익 포함) 가까운 이익을 챙긴 채 한국을 떠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금융위 결정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주가 조작이라는 범죄 때문이라며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론스타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 장내 매각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그 기간도 법이 허용하는 최장 기간인 6개월 동안으로 정해 줬습니다.
금융위는 현행 법에는 구체적인 매각 조건이 나와있지 않고, 장내 매각의 경우 주식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해 외환은행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해 법정다툼을 하면 어차피 질 것이기 때문에 다른 조건은 붙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게 넘길 때는 은행 지분 4% 이상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특혜성으로 허용을 하더니 이제는 법에 없기 때문에 징벌적 성격의 조치인데도 아무런 조건을 달 수 없다는 설명은 '론스타 봐주기' 라는 비판을 부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이틀 만에 벌어진 사안이 아닌만큼 법에 규정이 없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진작 법을 만들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야당이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그룹이 많은데다 시민사회에서도 반발을 하고 있으니 금융당국의 결정에 대한 공방은 앞으로도 뜨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2003년 당시는 외환은행이 부도 직전이었고 론스타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론스타가 2003년 당시 외환은행 주식을 장내에서 샀어도 지금과 같은 이익은 챙겼다" "한국이 외국자본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인상을 해외에 심어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 같은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 과거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 투자자를 만나 대담을 할 때도 론스타 문제를 해외 자본이 한국을 꺼리는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외 자본에 대해 차별을 하지 않는 것과 특혜를 주는 것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론스타 처럼 국내에서 번 돈에 대해 세금까지 내지 않으려 한다면 선량한 외국 투자자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남습니다.
론스타는 국내 투자 이후 '론스타 코리아' 라는 국내 사업장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지난 2007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13.6%(1조 천 928억)을 챙길 때 10%를 법인세로 부과했습니다. 국내에서 실질적 거주와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니 법인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론스타는 여기에 반발하며 론스타 코리아를 2008년 4월에 없애고 매각 주체가 조세회피지역인 벨기에에 있는 법인(LSF-KEB 홀딩스)이라며 법인세를 낼 수 없다고 조세심판원에 환급청구했지만 기각됐습니다.
론스타는 이번에도 세금을 적게 내려는 '꼼수'를 부릴 것이 분명합니다. 현행법 상 국내 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은 지분 양도가액의 10% 나 양도차익의 20% 가운데 적은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하는 반면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업자로 간주되면 22%의 법인세를 적용받게 됩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협상에서 정한 지분 51.02%의 인수금액 4조4천59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론스타가 세금을 4천4백억원(양도가액의 10%) 내느냐 5천억원(양도차익 2조3천억원*22%) 내느냐가 달라지게 됩니다.
당연히 론스타는 국내에 사업장이 없다며 4천 4백억원만 내려할 것입니다. 론스타 주장대로 이 정도 세금만 내고 떠나느냐 아니면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활동한 사업자로 볼 수 있으니 법인세를 제대로 내고 떠냐느냐는 이제 전적으로 국세청의 입증 능력에 달려있는 셈입니다.
금융당국은 조건없는 매각 명령 결정을 내린 뒤 하나금융이 인수가격 재협상을 통해 금액을 낮춘다면 '먹튀' 논란을 부른 국부유출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나금융 역시 의지를 보이고는 있지만 협상 기간을 법에서 허용하는 최장 기간인 6개월로 정해 놓고선 협상을 통해 줄일 수 있다고 보는 낙관적 근거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하나금융은 인수자금을 빚진 채 조달했기 때문에 인수에 실패하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론스타는 하나금융이 가격을 계속 낮추려하면 다른 상대방을 찾는 시늉을 하거나 진짜 다른 계약자를 찾아 올 수도 있는 시간을 갖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상황을 지금에 와서 말하는 것이 다소 무리할 수도 있지만 2003년 당시 특혜 논란을 가지고 론스타에게 넘기기 보다 주요 주주였던 한국은행과 수출입 은행이 증자를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미국 행정당국의 감시를 받기 싫어 어렵게 구축한 외환 은행의 해외 지부를 대거 정리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공교롭게 이번 조건없는 매각 결정을 한 7명 가운데 1명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변호사였고 2명은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기는 결정을 하는데 관여했던 재정부 관료라는 점도 입맛을 씁쓸하게 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