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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방사능 아스팔트, 뜯어내고 나몰라라?

'방사능 아스팔트' 공원에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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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도로의 방사능 수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도로에 포장된 아스팔트를 방사능 이상수치의 원인으로 봤고, 지난 4일 서울 대기 평균 방사능 수치보다 10배나 높은 방사선량 수치가 나온 아스팔트를 노원구청이 뜯어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폐 아스팔트 조각들에 방사성 물질 세슘이 포함돼 있다며 이를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했습니다. 그렇다면 현행 규정상 경주 방폐장으로 가야할 폐아스팔트 조각들. 전부 어디로 갔을까요?

놀랍게도, 서울 상계동 아파트 단지 바로 옆 공원에서 무려 330톤이 넘는 아스팔트 조각들이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왜 몰랐냐고요? 아스팔트 위를 파란색 포장재로 덮어 외부에선 안 보이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속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 안에 '방사능 아스팔트'가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입니다. 결국 장소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와 함께 공원에 방치괸 폐아스팔트 조각에 계측기를 갖다대고 방사선량을 측정해봤습니다. 아스팔트에선 뜯어내기 전과 마찬가지로 서울 대기 평균 방사선 수치의 10배인 시간당 최고 1.5 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 수치가 나왔습니다. 또 방치된 현장 곳곳에는 물 구덩이가 있고, 폐 아스팔트 조각에는 습기가 차서 물방울이 맺혀 있었습니다. 이렇게 습기에 취약한 지역에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폐기물을 오랜 시간 방치하다보면 지하수 등을 통해 2차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폐 아스팔트는 어디에 보관해야 할까?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 뜯어낸 월계동 아스팔트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경주 방폐장에 보관돼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경주 방폐장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원구청은 급한대로 관내에 있는 한국전력 중앙연수원에 폐 아스팔트 보관 요청을 했습니다. 이곳에선 이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수원 측은 구청의 요청을 거부했고,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노원구청은 공원에 폐 아스팔트를 임시로 보관하게 됐습니다.

노원구청도 난감한 입장입니다. 방폐장도 안 지어진 상황이고, 연수원도 아스팔트를 안 받아주고, 그렇다고 정부나 서울시가 나서서 뾰족한 대책을 세워주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시 저장소가 마련되기 전까지 공원에 일단 1차로 보관한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이냐며 읍소합니다.

노원구청이 말하는 임시저장소는 중랑천변 청소차고지에 세워질 계획이었습니다. 샌드위치 판넬로 보관소를 만들어 그 안에 폐 아스팔트를 넣어 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어제 언론에 알려지면서 중랑천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집단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이 계획도 무산됐습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그리고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

지자체 한테 방사능 폐기물을 맡겨두고 알아서 처리하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가 있습니다. 정부에서 구청에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거나, 전문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오히려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구청이 폐 아스팔트를 껴안은 채 쩔쩔매고 있는 사이 주민들은 방사능 위협 속에서 오늘도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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