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0·26 재보선 지원을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19일 강원 인제에 이어 20일에는 충주를 찾았다. 남은 기간 야당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대구 서구를 방문하고, 부산 동구청장 선거도 한 번 더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4년 만인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기존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관심을 모은다.
◇유세차·구호 없이 낮은 자세로 = 우선 대규모 유세가 없다. 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화이팅'을 외치지도 않는다.
기존 방식이 유권자들에게 "우리 후보를 찍어달라"고 주입하는 것이었다면 박 전 대표는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얘기를 듣는다.
자신이 언급했던 '정치권 전체의 위기'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도 자신이 주도해 선거운동 방식이 바뀌지 않았느냐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충주에서는 우선 노인복지관을 찾아 재취업과 교육·복지 문제에 대한 노인들의 건의사항을 일일이 청취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사회가 노후를 편안하게 지내도록 뒷받침하는게 도리다. 필요한 부분이나 애로사항을 잘 챙겨 어르신에게 보답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정치 'NO', 정책 'YES' = '정치'가 등장하지 않는 점도,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하는 서울시장 선거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대신 정책을 내세운다. 정치권 위기에는 여당 내부간 그리고 여야간 '정치투쟁'의 모습이 크게 작용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첫날 일자리 창출을 시작으로 이후 노인복지·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어촌 대책·문화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군인 복지 등에 대해 참석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참석자들이 더 할말이 없다고 할 정도까지 이어지곤 한다.
현지 기업을 찾아 제품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이런 '정책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충주에서는 지역경제의 기반이 되는 산업단지에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뒤 곧바로 한 전자 부품업체로 자리를 옮겨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올챙이 국수, 호떡, 순댓국밥 = '수첩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박 전 대표는 과거에도 시장상인이나 자영업자들을 만났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민과 접촉면을 대폭 넓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도(强度)도 강화했다.
인제 재래시장에서는 빨간 고무통에 교자상을 얹은 '임시식탁'에서 3천 원짜리 올챙이국수를 먹었고, 함양 재래시장에서는 "아무 것이나 잘 먹는다"며 6천 원짜리 순댓국밥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부산 재래시장의 만두가게에서는 만두를 한 입 베어물며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격식 파괴도 많았다. 소공동 지하상가 상인이 서울시 행정의 부당함을 호소하자 먼저 "가게로 들어가 이야기하자"고 했고, 북창동 한 식당에서는 일행 3명이 앉아있는 식탁 앞에서 "앉아도 되느냐"며 합석하기도 했다.
충주 풍물시장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리자 작은 간이의자와 플라스틱 사과박스에 올라가 손을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재보선 이후 행보는 = 재보선 때보다는 한 단계 '톤 다운'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자칫 조기 대선 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왕 정치 전면에 나선 만큼, 재보선 이전처럼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지원에서 그동안 준비한 정책의 단면을 선보인 만큼, 앞으로는 정책 공개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박 전 대표의 충주 방문에서는 친박(친박근혜) 성향인 미래연합 김호복 후보의 지지자들이 한나라당 이종배 후보 측과 날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후보와 친박계 후보가 경쟁해 곤혹스럽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나라당 (이종배) 후보를 돕기 위해서 왔다"면서 사적인 정치적 이해와는 선을 그었다.
(서울·충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