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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수료' 논란, 대한민국을 휩쓸다

-카드, 은행, 백화점 수수료까지...갑작스런 갈등의 본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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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수수료' 논란이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먼저 '카드 수수료'. 음식업종 등 영세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수수료율이 대형 마트나 백화점, 심지어 사치업종으로 분류되는 골프장보다 높다며 부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8만5천 명이 모여서 솥단지에 카드를 잘라서 버리는 퍼포먼스까지 벌이며 1.5% 수준까지 카드수수료가 낮춰져야 한다는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가 높다는 지적이 전방위로 제기되자 0.2% 포인트 정도 수수료율을 낮춰 영세 가맹점의 경우 1.8~1.9% 정도 선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음식업주들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담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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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은행 수수료 문제.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마당에 은행권이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했디.미국 월가에서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탐욕을 비난하는 '월가 점령'시위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예대마진'과 '수수료'를 통한 국내 은행권의 손쉽게 앉아서 돈벌기 전략에 대한 비난도 커졌다. 국내 18개 은행들 상반기에만 수수료로 2조2500억 원을 벌어들여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통큰 사업보다 서민들 '푼돈'을 뜯어 제잇속을 차린다는 비판 속에 우리나라 수수료가 외국은행보다 높으니 낮으니 치열하고 지루한 공방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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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수수료 문제도 논란에 동참했다. 백화점이 입점업체들에게 받는 수수료율이 업종에 따라 40%가 넘어서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소입점업체들을 중심으로 너무 과하다는 불평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백화점들은 운영 비용과 각종 부대비용, 그리고 백화점에 들어오려는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책정한 것이라고 하지만 10만 원짜리 구두 사면 4만원이 백화점으로 들어간다고 볼 때, 백화점의 과도한 물건값이 이런 수수료 때문이라는 지적은 피해갈 수 없었다.

올초부터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정부, 어떻게든 물가 안정책을 백방으로 찾던 중 백화점 측에 '상생'한다는 생각으로 수수료 낮출 것을 요구했고, 현재 백화점들은 불만이 가득한 가운데 하나둘씩 수수료 인하안을 준비 중이다.

그런 와중에 논란을 더 증폭시킨 것이 바로 국내 입점업체들과 해외명품업체들의 수수료 차별 대우다. 국내 업체에 대한 홀대가 해도 너무할 만큼 지나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화점에 가보면 1층에 가장 좋고 넓은 명당자리를 해외명품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에는 그야말로 수퍼 '갑'의 위치를 내세우는 백화점들, 해외명품업체들에는 낮은수수료를 포함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서 지나치게 '저자세'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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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만 봐도 공정위 조사 결과 해외 명품매장은 10곳 중 3곳의 수수료율이 15% 이하였고, 최대 25%를 넘지 않았지만, 국내 브랜드매장의 경우 60%가 30%를 넘었다. 이마저도 해외명품은 할인행사에 참여하거나 하면 수수료를 대폭 깎아줬고, 국내 입점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부담하는 인테리어 비용도 명품업체들의 경우 기꺼이 백화점이 대신 내줬다. 계약기간만 해도 해외명품은 3~5년, 국내 브랜드는 1년. 이쯤되면 불공정 소지가 충분하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백화점들, 명품 브랜드가 고급이미지를 주고 국내소비자들이 명품에 목을 매니까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데, 오히려 백화점들 자신이 서로 명품에 목을 매면서 명품업체들의 목소리를 키운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왜냐하면 명품업체 입장에서도 국내에서 영업하는데 백화점 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그렇게 콧대만 세울 것도 아닌데도 백화점은 공정한 협상없이 서로 모시기 전략만을 추구하면서 아예 자신들의 협상력을 스스로 무력화시켰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렇게 한꺼번에 카드 수수료, 은행 수수료, 백화점 수수료까지 온통 수수료 논란이 가열되긴 아마 처음이지 싶다. 간간이 이슈가 되긴 하지만 갑작스럽게 한꺼번에 '수수료'에 전 사회적인 관심이 쏠린 배경을 뭐라고 봐야 할까.

기본적으로 경기둔화, 저성장 국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작금의 선진국 재정위기는 전세계 경기사이클이 예전같이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경제주체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은 제한될 수 밖에 없고, 이런 저성장 시기에는 반드시 더 많이 가져가던 사람 것을 덜 가져가던 쪽에 나눠줘야 한다는 '분배 의제'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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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장사가 엄청나게 잘 되면, 백화점 입점업체들도 영업이 호황을 띤다면 카드 수수료에 목숨 걸 이유가 적다.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매출이 좋다면 은행권의 수수료, 예대마진에 기반한 사상 최대이익이 배아플 틈이 없다. 결국 앞으로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마당에 조금이라도 이익기반을 보전하려는 발로가 이번 논쟁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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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선거국면이다. 서울시장 선거, 총선, 대선까지 줄줄이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익집단들은 정당한 절차가 아니라 '으쌰으쌰' 시위로 먼저 목소리를 높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정치인들이 그런 요구를 적어도 받아들여주는 시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점 카드 수수료 논란이 커지자 한 표가 아쉬운 각 당들, 달래기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현실적인 방법인지 아닌지 정교한 검토도 없이 그저 선언처럼 던지는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는 분위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등은 음식업중앙회가 연 10만인 결의대회에 참석해서 "저희가 여러분의 아우성을 들어드리겠다"며 구애에 나섰다. 아우성을 들어줄 뿐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지는 구체적이지 못하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아예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등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규모와 업종에 따라 달라서 형평에 어긋나니까 모두 똑같이 적용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시장경제에서 거래 상대의 규모와 업종과 전혀 무관하게 모든 가격을 동일하게 하겠는가? 과연 이게 현실적일까? 하지만 일단 표심을 잡기 위해 급하게 카드를 던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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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보니 내일(20일)은 주유소 업자들도 과천청사 앞에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겠다 하고 (참고로 주유소 업자들은 이미 영세음식점 업자들이 낮춰달라 요구하는 목표치인 1.5%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영업마진이 별로 안 돼 1.5%도 높다며 더 낮춰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급기야 유흥업체들도 카드수수료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반발하며 다음달 공동 집회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어느 업종으로 튈지 예측불허다.

공정한 수준의 수수료로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다. 경제 주체들의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해야 할 문제지 어느 누가 목소리 크다고 들어주고, 어느 누군 가만히 있다고 그냥 놔두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 본질은 잊은 채 진행돼가는 방향이 우려스러운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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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선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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